좋은글 모음/좋은글 좋은이야기

울리지 않는 바이오린-모니카 마틴의 내 생애의 첫사랑-

素彬여옥 2010. 11. 5. 05:58

 

 


         

        울리지 않는 바이올린

        남편의 친구가 어느 날 우리 집을 방문했다.
        그는 얼굴도 잘 생겼으며
        건강해 보였고
        모든 면에서 뛰어난 사람처럼 보였다.
         

        남편과 같이 있는 동안
        그는 아름다운 목소리로
        시를 읊기도 하고 노래를 부르기로 했다.
         

        그의 부드러운 목소리에 매혹된 나는
        “악기도 다룰 줄 아세요?” 하고 물어 보았다.


        그러자 그는,
        “악기요...?” 하더니
        한참 무언가를 망설이던 그는 입을 열었다.


        “실은 바이올린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울지 않는 바이올린이 되었지요”
         

        나는 왜 그만 두셨냐고 물었다.
         

        “실은 결혼 당시 제 아내한테
        바이올린을 켜주었을 때...
        제 바이올린 솜씨가 형편없다고 하지는 않았지만....
        자기는 바이올린을 정말 잘하는
        사람을 몇 안다고 말하더군요.
        무슨 뜻이었는지 알 수 있었죠.“
         

        그 후로 그는 20년동안
        단 한 번도 바이올린을 잡은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런 사람 같아 보이지 않았는데...
        자기 아내가 무심코 던진 한마디에
        20년 동안이나 바이올린을 잡은 적이 없다고 생각하니
        인간이란 참 상처받기 쉬운
        존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나의 남편도
        얼마나 많은 울지 않는 바이올린을 숨기고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정말 그 사람은 노래를 아주 잘했다.


        그런데 그는 자기 집에서 편한 마음으로
        노래를 할 수 없다 했다.


        아이들도 싫어하고...
        아내는 너무 시끄럽다고 한다고....


        나는 진정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이렇듯 정감있고 사랑이 넘치는 노래를
        어째서 그 사람의 아내와 아이는 들어주지 않는지
        이상할 정도였다.


        설사 자기의 남편이 노래를
        음정이 틀리게 부른다 해도
        가슴에 사랑이 있다면
        기꺼이 들어주고 만족해 하는 게 도리가 아닐까?


        언젠가 남편이 쉬는 날 집에서
        조그만 의자를 만들었다.


        값 비싸고 고급스런 의자와는 달랐지만
        나는 그것이 나름대로 큰 값어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내마음을 전해주는 방법은
        그저 아무 말없이 그 의자에 앉아서 기뻐해
        주는 것이 전부였다.


        남편이 직장에서 있었던 일을 자랑삼아 얘기할 때,
        그것이 다소 지루할지라도
        조금은 감탄하며 들어주는 것 역시
        그에 대한 작은 사랑이자 배려라고 생각해 왔다.


        이렇듯 가정이란 별 것 아닌 작은 이야기도
        자랑삼아 나눌 수 있고
        받아 들일 수 있는 다정하고
        관대한 곳이어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볼품없고 조잡한 의자는
        당신이나 앉으라”는 말로
        남편을 외롭게 만들 필요가 있을까?


        그런 의미없는 말들은
        남편의 가슴에 “울지 않는 바이올린”을
        하나 더 보태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그 사람이 돌아간 후...
        나의 남편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당신은 울지 않는 바이올린을
        울게 만들어 주는 사람이라구려...”
         

        내가 울지 않는 바이올린을 울게해 주었다는
        남편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계속되는 한
        내 마음 속에도 역시
        울지 않는 바이올린이란 없을 것이다.

         

          - 미우라 아야코 -

         

           
        Erste Lliebe Meiness Lebens '내 생애의 첫사랑' 

               노래, Monika Mart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