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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시를 음미 하고픈 12월의 어느 저녁에~~~**

素彬여옥 2021. 12. 20. 18:26

 

윤보영의 커피 시

겨울에게

정연복

아무리 추워도
너를 미워하지 않을래

낙엽 진 그 자리에
새 봄 새 꽃이 피기까지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착한 너를

어떻게 내가
미워할 수 있겠니?

 

겨울편지

안도현

 

흰 눈 뒤집어 쓴 매화나무 마른 가지가

부르르 몸을 흔듭니다

 

눈물겹습니다

 

머지않아

꽃을 피우겠다는 뜻이겠지요

사랑은 이렇게 더디게 오는 것이겠지요

 

눈위에 쓰는 겨울시

 

류시화

 

누구는 종이 위에 시를 쓰고
누구는 사람 가슴에 시를쓰고

누구는 자취없는 허공에
대고 시를 쓴다지만

나는 십이월의 눈 위에
시를 쓴다.

흔적도 없이 사라질
나의 시

 

한계령을 위한 연가

 

문정희


한겨울 못 잊을 사람하고

한계령쯤을 넘다가

뜻밖의 폭설을 만나고 싶다.

뉴스는 다투어 수십년 만의 폭설을 알리고

자동차들은 뒤뚱거리며

제 구멍들을 찾아가느라 법석이지만

한계령의 한계에 못 이긴 척 기꺼이 묶였으면.

 

 

오오,눈부신 고립

사방이 온통 흰 것뿐인 동화의 나라에

발이 아니라 운명이 묶였으면.

 

 

이윽고 날이 어두워지면 풍요는

조금씩 공포로 변하고, 현실은

두려움의 색채를 드리우기 시작하지만

헬리콥터가 나타났을 때에도

나는 결코 손을 흔들지는 않으리.

헬리콥터가 눈 속에 갇힌 야생조들과

짐승들을 위해 골고루 먹이를 뿌릴 때에도....

 

 

시퍼렇게 살아있는 젊은 심장을향해

까아만 포탄을 뿌려 대던 헬리콥터들이

고라니나 꿩들의 일용할 양식을 위해

자비롭게 골고루 먹이를 뿌릴 때에도

나는 결코 옷자락을 보이지 않으리.

 

 

아름다운 한계령에 기꺼이 묶여

난생 처음 짧은 축복에 몸둘 바를 모르리

 

눈 위에 쓰는 겨울 시


류 시 화

누구는 종이 위에 시를 쓰고
누구는 사람 가슴에 시를 쓰고

누구는 자취 없는 허공에
대고 시를 쓴다지만

나는 십이월의 눈 위에
시를 쓴다.

흔적도 없이 사라질
나의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