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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개는 참회와 용서

素彬여옥 2011. 1. 11. 09:31

 

 

 

지우개는 참회와 용서

                                   <해정서예펜글씨> - 박종길 - 
 

        지난 2000년 동안에

       인류에게 가장 위대한 발명품은 무엇일까?

     

       지구촌 지식인들에게 물었다. 대답은 저마다 달랐다.

      ‘비행기, 컴퓨터,  인도나 아랍의 숫자체계, 시계, 피임약,

       대학, 기독교와 이슬람교, 거울,  미적분, 깃발,

       교향악단, 아스피린….’

       열거해 놓고 보니 인류는 숨 가쁘게 뭔가를 만들어왔다.

     

       하나 하나가 인간의 삶을 바꿔놓았다.

       그중 미국의 작가이며 평론가인 더글러스 러시코프는

       지우개를 가장 위대한 발명품으로 꼽았다.

     

       뜻밖이지만 펜글씨를 가르치는 필자로서는 새겨서 들을만하다.

       돌아가서 지우고 다시 시작할 수 없었다면

       과학적 모델도 없었을 것이고

       모든 문화, 도덕도 없었을 것이다.

     

       지우개는 우리의 참 회소 이자, 용서하는 자이며,

       타임머신이기도 하다.”

       세상의 모든 것들은 우리네 기억 속에 들어있다.

     

       사는 것은 따지고 보면 늘 무엇인가를 지우는 것이다.

       그래서 삶의 지우 개는 과거를 비우는 마음일 수도,

       과거가 벗겨지는 세월일 수도 있다.

     

       그러나 지우려 하면 더욱 선명하게 떠오르는 기억들이 있다.

       평생을 따라다니며 몸과 정신을 갉아먹는,

       정말 잊고 싶은 기억이 있다.

     

       그것은 세월의 빗질에도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불쑥 불쑥 튀어나와 아프게 찌른다.

     

       사람들은 그런 기억 몇 개쯤은 마음 또는 가슴에 품고 살아간다.

       그것을 지우는 지우개가 발명되길 바랄 뿐이다.

         

              사진속 노인들은 무엇을 지워버리고 무엇을 새로 쓰고 싶을까?  


                         
  <대구 두류공원에서 쉬고있는 노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