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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 한 채의 사랑

素彬여옥 2011. 2. 19. 20:00





2011.2.19.토


 이불 한 채의 사랑





부부는 결혼한 지 12년 만에
작은 집 한 채를 마련했습니다.



성공한 친구들에 비하면 턱없이
초라한 둥지였지만



부부는 세상을 다 얻은 듯 가슴이 벅차
집안 구석구석을 쓸고 살림을 닦고 또 닦으며



"당신....집 장만한 게 그렇게도 좋아?"



아내는 활짝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좋지 그럼, 얼마나 꿈에 그리던 일인데."



힘든 줄 모르게 하루가 갔습니다



겨우 짐 정리를 마치고 누웠는데
남의 집 문간방 살이를 전전하던 시절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갔습니다.



"여보 그 집 생각나 옛날에 살던 그 문간방."



“우리 거기 한번 가볼까?”



숟가락몽둥이 하나 들고 신혼단꿈을 꾸던 그 가난한 날의 단칸방.



그곳은 아내의 기억속에도 또렷하게 남아 있는
추억의 장소였습니다.



부부는 다음 날 시장에 가서 얇고 따뜻한 이불 한 채를 사들고
신혼살림을 시작했던 달동네 문간방을 찾아갔습니다.



계단을 오르며 아내가 말 했습니다.



"이렇게 높았었나?"



남편도 똑같은 말을 했습니다.



“그땐 높은 줄도 몰랐는데.”



부부가 그 옛집에 당도했을 때



손바닥 둘을 포갠 것만한 쪽방에선
오렌지색 불빛이 새 나오고 있었습니다.



기저귀가 펄럭이고 아이가 까르륵대는 집.



마치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 간 것만 같은 부부는



들고 간 이불을 문간방 툇마루에 슬며시 놓아두고
돌아섰습니다.



그 날 문간방 젊은 새댁이 발견한 이불보따리 속엔
이불보다 따뜻한 쪽지가 들어 있었습니다.



“저희는 10년 전 이 방에 살았던 사람입니다.



아무리 추워도 집에 돌아와 이불을 덮으면



세상 그 어느 곳보다 따뜻 했었지요.”



달동네 계단을 내려오며 부부는 마주보며 웃었습니다.






옛집에 찾아와 얼굴도 모르는 이들에게



이불 한 채를 선물하고 내려가면서 부부는 세삼 깨달았습니다.



그 이불은 문간방 식구들의 시린발보다



부부의 마음을 더 포근히 감싸 덮는 이불로
평생 남을 것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받은 메일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