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코-너 group/애창가요, 국악

외나무 다리-純 사랑-

素彬여옥 2011. 3. 4. 06:44

아득히 먼 20代의 푸른

어느 젊은 날.

 

신촌역에서 출발하는 열차에 올라

몇 정거장을 덜컹거리는 소리를 듣다가

우리는 운정역에서 내렸다.

 

운정역에서 기찻길을 따라 걷다가

어느 외나무 다리에 앉아

사랑을 꽃피우던 그 해

그 봄날.

 

 

 

그 운정역도 사라지고

그 사랑도 가버리고

그 추억만이 남아

외나무 다리에서 서성이게 하는 이 봄날.

 

 

 

그 외나무 다리에서 날아오르던

두 마리의 학이

건너 산등성이를 날아넘던 풍경.

 

망초대궁 길 가양으로 빼곡히 피었던 농로길.

 

산 비얕 외딴집에서 들려오던

정오의 라디오 방송 진행 아나운서의

나른한 봄의 멘트.

 

 

 

 

이 모든 흘러간 것에 대하여

이 세상의 아름다운 시절에 대하여

나 마져도 착하디 착했던 순수시대에 대하여

 

 

 

무연히 기억의 저편을 더듬다.

멀고 먼 사람

멀어진 사랑.

 

 

 

 

이 찬연한 봄날

 

다시금 신촌역에서

기차를 타고

개찰구를 빠져나가

책을 읽는 여인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차창밖 안개짙은 풍경을 바라보면

다시금 그날 그 운정역에 도착할 수 있을까?

 

안개 가득하던

평행선 철길을 따라가다 보면

그 옛날 안타까운 사랑이

다소곳이 나를 맞아줄까?

 

 

 

얼어붙은 강가 건너편

어둑한 저 저녁길을 넘어가서는

이내 돌아 올 줄 모르는

젊은 날의 純사랑.

 

이 봄 들어

그 사랑도 세월만치 또 늙어가겠지?

 

서럽디 서러운 젊은 날의 편린.

 

 

 

 

 

아, 외나무 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