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부곡(思夫曲)
‘서머싯 몸’의 '인간의 굴레'에서 실연(失戀)에 방황하던 주인공
필립에게 장인 될 사람이 "물총새의 전설을 아느냐"고 묻는다.
"물총새라는 놈은 말이네, 바다 위를 날다 지치면 수놈 밑으로
암놈이 들어가 등에 업고 난다네."
한참 전 주말 조선일보 사회면에 실린 '4.5t 트럭 부부운전사'
이야기는 땅으로 내려온 '물총새 전설'이다.
부부는 업고 업히며 하늘길보다 거친 고속도로를 끝도없이 내
달린다.
화물트럭 몰던 남편이 덜컥 병에 걸렸다. 아내는 쉰셋에 운전을
배웠다. 서울~부산을 일주일에 세 번씩 함께 밤낮으로 왕복한지
3년째다.
번잡한 시내 길은 남편이, 덜 까다로운 고속도로는 아내가 맡는다.
남편은 아내의 운전석 뒤에 누워, 하루 네 차례 신장 투석을 하곤
곯아 떨어진다.
가끔 소리가 끊기면 손을 뒤로 뻗어 남편 손을 만져본다.
곤히 자는 남편이 고맙고 또 고맙다.
아내는 남편 코고는 소리가 "생명의 소리"라고 했다.
남편이 운전대를 잡을 때도 아내는 쉬지 않는다. 지친 남편에게
말도 걸고 팔도 주물러 준다. 어디서 그런 힘이 솟을까.
자식들에겐 더 이상 손 벌리기 미안해 연락도 안 한다.
저희끼리 잘 살길 바랄 뿐이다.
속담에 ‘효자가 불여악처(不如惡妻)’라 했다.
아무리 효자라도 자식보단 아내가 낫다.
모든 게 어둠일 때 아내가 빛이었다.
'물총새 부부'가 날개를 접고 쉴, 여로(旅路)의 끝은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아내는 "함께 다닐 수 있는 게 행복"이라고 했다.
어떤 사부곡(思夫曲)이 이를 따를까.
- 옮긴 글-
흐르는 음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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