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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는 길-김소월/첫째네 사진도-

素彬여옥 2010. 7. 9. 19:13

가 는  길

                 김 소 월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한번...... .
 
     저 산(山)에도 까마귀, 들에 까마귀,
     서산(西山)에는 해 진다고
     지저귑니다.
 
     앞강물 뒷강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 오라고 따라 가자고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

 

     작 품 해 제

감상의 초점
이 시는 전통적인 3음보의 율격을 기본으로 우리 민족의 보편적 정서인 정한(情恨)의 세계를 진솔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차마 헤어지기 어려운 상황을 설정하고, 시간의 흐름 속에서 끊임없는 갈등과 긴장을 이루며 전개되는 사랑과 인생의 근원적 원리를 보여 준 작품이다.
성격 : 전통적, 민요적
운율 : 3음보의 율격
특징 : ① 간결한 구조와 탁월한 언어 구사
② 유음, 비음, 모음으로 된 시어의 사용으로 음악적 효과를 거둠.
구성 : ① 그리움의 내면적 갈등(제1,2연)
② 떠나기를 재촉하는 외면적 상황(제3,4연)
제재 : 가는 길
주제 : 이별의 아쉬움과 그리움

구성 : 선정후경
[선경] 제1-2연 : 그리움의 갈등(내면)
  - 1행(지속), 2행(단절), 3행(변화)
  - 서정적 자아의 심리 : 심적 갈등, 방황
[후경] 제3-4연 : 떠나기를 재촉하는 상황(외면)
- 가마귀(까마귀) : 비관적 삶의 인식(어둠의 징조)
출전 개벽(1922)

 

    시 상 전 개

1연

그리움

2연

이별의 아쉬움

3연

시간의 경과

4연

체념

 

     

    이 해 와    감 상

마음 속에 움직이는 감정은 논리적인 생각과 달라서 자기 스스로도 그 모습이나 크기를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서도 그런 감정들은 가슴 깊이 자리잡고 있으면서 행동에 여러 가지 영향을 미치고, 어떤 때에는 뚜렷한 모습이 되어 밖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 작품, 특히 앞의 두 연에서 우리는 바로 그러한 예를 본다. '그립다 말을 할가 하니 그리워'라는 구절은 얼핏 생각하기에 시에나 있을 법한 이상한 말 같기도 하다. 그러나 그것이 어찌 시에서만 있을 수 있는 경험이겠는가? 이 구절에서 '그립다'라는 말을 하려고 마음먹게 하는 것은 물론 마음 속에 있는 그리움이다. 즉, 그리움이 먼저 있고 그립다는 말이 나중에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일단 '그립다'라는 말을 할까 하고 생각하는 순간 마음 속에 고여 있던 그리움은 갑작스런 바람을 만난 물결처럼 출렁이며 일어나다.
 즉, 그립다라는 말을 생각하는 순간 그 때까지 어렴풋하던 그리움은 새삼 절실하게 또렷한 모습으로 살아나는 것이다. 이런 문맥을 음미하건대 위의 작품에 나타난 그리움은 평소에 차마 입 밖에 내어 말하지 못하였으면서 그리운 이가 있는 곳을 떠나는 발길을 떼어 놓지 못하고 있다. 그는 그냥 갈까 하다가 그래도 다시 한 번 더 돌아보고픈 마음의 흔들림 속에 있다. 몇 마디 되지 않는 말로 이처럼 섬세하게 그리움과 망설임이 뒤섞인 상태를 표현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나머지 두 연은 주위의 풍경을 통해 그의 심경을 간접적으로 암시해 준다. 셋째 연에는 산과 들을 날아다니며 지저귀는 까마귀가 등장한다. 까마귀들은 서산에 해가 진다고 지저귄다. 또 앞뒤의 강물은 작중 인물의 아쉬운 마음에는 아랑곳 없이 제 갈 길을 흐르며, 마치 어서 따라 오라고 부르는 듯이 여겨진다. 전체적으로 보아 이 풍경은 하루 해가 저무는 시간의 쓸쓸함을 배경으로 하여 작중인물의 그리움과 아쉬움을 더욱 절실하게 한다. 즉, 제 1, 2연이 마음속의 움직임을 노래한 데 비하여, 제 3, 4연은 이에 대비되는 바깥의 풍경을 그리고 있다. 이처럼 간결한 구도와 말씨 가운데 '가는 길'의 머뭇거리는 그리움과 아쉬움은 더욱 잘 살아나고 있다.

    이 해 와    감 상 2

전형적인 7·5조의 3음보 율격으로 우리 민족의 내면에 흐르는 정한(情恨)의 세계를 진솔하게 표현한 이 작품은 이별의 아쉬움과 그리움의 심리 상태를 소월 특유의 세련된 말솜씨로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기·승·전·결의 4연 구성이지만, 내용상으로는 앞뒤 각각 2연씩 두 단락으로 나눌 수 있다. 앞 단락은 임을 떠나기 싫어하는 시적 자아의 심리적 갈등과 아쉬움을 보여 주고 있으며, 뒷 단락에서는 시적 자아의 그러한 심리를 반영하는 소재로서의 자연이 제시되어 있다.
앞 단락 : '그립다'는 말을 하기 전까지는 자신의 마음을 정확히 알지 못했는데, 그 말을 하고 나니 그것은 모호하고 유동적인 상태로부터 하나의 분명하고 고정적인 상태로 바뀌어 어렴풋하던 그리움은 분명한 그의 마음이 되어 새삼 못견디게 임이 그리워지게 된다. 그러므로 잊고 떠나려 해도 임의 모습이 자꾸만 어른거려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시적 자아는 희미하게 멀어져 가는 임을 한 번이라도 더 보고 싶어 다시 뒤돌아본다.
뒷 단락 : 지는 해를 배경으로 곳곳마다 까마귀가 울고 있어 떠나는 이의 마음을 더욱 허전하게 만들고 있으며, 앞뒤의 강물은 떠나기 아쉬운 그의 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를 따라오라는 듯이 출렁이며 흘러갈 뿐이다. 이렇듯 소월은 이별의 안타까운 심정을 직접적으로 진술하는 대신, '까마귀'와 '강물'이라는 객관적 상관물을 통해  사랑하는 이와 헤어지는 아픔과 인생의 무상함을 함께 나타내고 있다.
또한 간결한 형식과 탁월한 언어 구사, 특히 유음(流音)과 비음(鼻音) 등의 유성음으로 이루어진 시어는 시적 자아의 떠나기 싫은 아쉬움과 그리움을 애잔하게 그려내는 데 효과적인 방법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