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교 출신의 선배 한 분이 계십니다.
제대한지가 언젠데 지금도 절도있게 각진 인생을 사는 분입니다. 이분은 후배들을 늘 챙기는 스타일이지만 유독 후배들의 걸음걸이에 대해서는 지적을 마다하지 않습니다.
누군가 어깨가 축 쳐져서 걷는다든지, 누군가 두 손을 씩씩하게 흔들지 않고 두 손을 옆구리에 붙여서 조신하게 걷는다든지, 누군가 총총거리며 촐랑대고 걷는다든지, 그러다가 선배에게 걸리면 아주 혼이 납니다.
얼마 전 술자리에서 선배에게 조용히 물었습니다.
“왜 그렇게 후배들의 걸음걸이에 신경을 쓰는데?”선배는 대답했습니다.
남자는 말이야, 걸음걸이에 자기 인생을 싣고 걷는 거야. 걸음걸이가 축 쳐져있으면 인생도 축 쳐져있는 것이고, 걸음걸이가 쫀쫀해 보이면 사람도 쫀쫀해 보이는 거야. 걸음걸이가 곧 그 사람이거든.
그 말을 듣고 가만 생각해 보니 선배의 그 말이 참 일리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이후로 선배의 말을 새삼 마음에 새겼습니다.
그래서 걸을 때는 어깨는 쭉 펴고, 고개는 똑바로 들고, 허리도 꼿꼿이 펴고, 조금 빠른 듯 걸으면서, 건방지지 않는 선에서 당당하게 걸으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내 걸음걸이에 내 인생이 달렸다는데 어쩌겠습니까?
저는 어제도 걸었고, 오늘도 걷습니다.
우리는 걸음을 걸을 때, 한 시간에 대략 4㎞ 정도를 걷습니다. 시속 4㎞에 불과한 속도입니다. 그러나 그 걸음으로 꼬박 416일 동안 걸으면 지구를 한 바퀴 돌 수가 있습니다. 그러니 그 걸음도 우습게 볼 일이 아닙니다.
그렇게 오십년 동안 걸으면서 순수하게 내 자신의 걸음을 내디딘 걸음이 과연 몇 걸음이나 될까 생각합니다. 지금껏 살면서 나의 걸음보다는 주변에 흔들리는 걸음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
북극에서 빙하를 연구하던 과학자들이 한 가지 이상한 현상을 발견했습니다. 어느 날 북극에 바람이 거세게 불자 바다에 떠 있던 빙하들이 일제히 바람에 떠밀려 흘러가기 시작했습니다.그런데, 가만히 보니 모든 빙하가 바람을 따라 떠밀려 가는데 그 중에서 유독 바람을 거슬러, 거꾸로 올라가는 빙하들이 있었습니다. 과학자들이 이상하게 생각해서 조사해 봤더니 거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비교적 얼음덩이가 작은 빙하들은 바람이 부는 대로 떠밀렸지만, 바다 속에 엄청난 크기를 감추고 있는 커다란 빙하들은 바람에 의해서가 아니라, 바다 밑 조류에 따라 움직인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걸음도 우리의 세상살이도 이와 마찬가지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내가 줏대가 없으면, 내가 가벼운 삶을 살면, 내가 가진 힘이 없으면, 주변 환경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는 삶을 살 수밖에 없는 우리입니다.
내가 내 걸음을 똑바로 걷지 못하면, 결국 다른 사람의 말이나 주장에 따라서, 혹은 목소리가 큰 사람의 말에 따라서, 자주 바뀌는 유행에 따라서 또는 나의 사사로운 이익이나 욕심에 따라서 흔들리는 삶을 살게 되기 때문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이의준 광주전남 중소기업청장님의 엊그제 강의 중에 이런 내용이 있었습니다. 내가 생각 없이 옷을 사러 가면, 점원이 “사모님, 그 옷이 사모님과 참 어울리네요.”하는 말에 그 옷을 사게 되고 결국에는 후회하게 된다고.
남들이 간다고 나도 가고, 남들이 뛴다고 나도 뛰고, 남들이 안 한다고 나도 안 하고, 남들이 좋다면 나도 좋고, 남들이 싫다면 나도 싫고, 그러다가 작은 이익 앞에서 흔들리는 내 자신도 바라보게도 되고…….
부족한 제가 그러한 삶을 살지 않고,
올바른 나의 삶을 살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지금처럼 상황에 따라서 흔들리는 내가 아니라, 누구의 말에 따라서 쉽게 흔들리는 내가 아니라, 내부에서 들려오는 내 자신의 선한 양심에 따라 내 삶을 살아야 하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내가 흔들릴 때마다
내 양심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살면,
나중에 후회 할 일이 자연히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양심의 소리 보다는 늘 외부의 소리를 쫓아다니며 살아 갑니다. 그러다보니 늘 마음이 어지러워지고 삶이 무거워지는 것 아니겠습니까? 후회도 많이 하게 되고.
그리 길지 않은 세상. 다들 적당히 부족한 사람들이 함께 모여 삽니다. 그 속에 나와 우리가 있습니다. 너무 아옹다옹하지 않고 살아가는 삶이면 좋겠습니다. 작은 것들에 지나치게 연연하지 않고 살아가는 삶이면 좋겠습니다.
어느 때는 남의 허물을 볼 때라도 그런 것에 너무 호들갑떨지 않고 그냥 편안한 미소로 감싸주며 살아가는 삶이면 좋겠습니다. 우리 삶이…….
고운 하루 되십시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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