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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인(忍) 의 이야기/수성못의 겨울

素彬여옥 2012. 12. 18. 13:53

 

 

 

 

참을 인(忍) 의 이야기

‘참을 인(忍)’자를 자세히 살펴보면
‘마음(心)’에 ‘칼날(刃)’이 박혀 있습니다.
이것은 참는 마음 외에 고통마저도 승화한 형태입니다.
중국에서는 예부터 '인'의 정신이 구전됐다고 하니
이 ‘인(忍)’의 글자를 통해 그 경지를 전달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이야기 중 하나를 소개합니다.

 

청나라 시기 백성의 존경을 받던 대흥(大興) 스님이 구화 산(九華山)에서
수행하고 있었을 때의 일입니다.
어느 날 느닷없이 마을 지주가 동네 사람을 몰고 와
스님이 자신의 딸을 겁탈했다며
심한 욕설을 퍼부으며 구타했습니다.
그리고는 갓난아기를 절 마당에 버려두고 갔습니다.

 

소문은 일파만파로 퍼져 존경의 대상이던 스님은
삽시간에 멸시의 대상으로 전락해 버렸습니다.
그러나 스님은 버려진 갓난아기를 키우기 위해
매일 마을로 내려와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으며
젖동냥을 하였습니다.

 

수년이 지나 지주는 딸을 데리고 다시 절을 찾았습니다.
"딸자식 말만 믿고 무뢰를 저지른 소인을 용서해 주십시오.
이제야 비로소 아이의 진짜 아비가 누구인지를 알았습니다."
지주와 딸은 마당에 엎드려 진심으로 스님께 용서를 빌었습니다.

 

지주의 딸은 몇 년 전부터 어느 서생과 은밀히 사귀고 있었는데
뜻하지 않던 출산으로 격노한 아버지 앞에서 얼떨결에 스님의 아이라고
둘러댔습니다. 그리고 공직에 오른 서생은
그제야 딸에게 청혼 하기 위해 지주를 찾아왔던 것입니다.

 

이야기를 듣고 난 스님은 허허 웃으며 말했습니다.
"우연한 일은 없습니다. 모든 것이 다 전세의 인연에 의한 거지요.
이제 이 건강한 녀석을 데려가 훌륭히 키우는 일만 남았습니다."
이때부터 사람들은 대흥 스님을 더욱 존경하게 되었습니다.

 

공자는 논어에서 ‘소불인즉란대모(小不忍則亂大謀)’라고 했습니다.
작은 일을 참을 수 없어서는 큰일을 도모하기 어렵다는 뜻이지요.
칼에 찔려도 동요하지 않는 큰마음이 ‘인(忍)’의 경지가 아닐는지요.

 

 

 

 

SOH 희망지성 국제방송에서 보내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