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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만나고 싶은 사람-박원자-

素彬여옥 2010. 9. 20. 20:12



      가을에 만나고 싶은 사람 

                                       박원자

      이 가을에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부르기만 하면 달려가서
      두 손을 깍지 끼고
      은행잎이 바람에 날리는 그 숲을
      걷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가녀린 허리 동여매고
      산들바람에 고개숙여
      인사하는 코스모스를 보면
      그 길을 함께 걷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국화향 가득한 꽃집 앞을 지날 땐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울었던 소쩍새를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빨간 단풍나무숲을 지날 때는
      그 단풍 한 잎 입에 물고
      내 마음이 단풍처럼 붉다고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가을 햇살에
      은빛 물결을 이루는
      억새 옆을 지날 땐
      내 마음은 솜털처럼 부드럽고
      미풍에도 흔들리는
      가녀린 마음의 나약한 여인이라고
      고백하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지붕이 하얀 까페를 보면
      향기가 진한 커피 한 잔에
      아름다운 음악을 들으며
      그 음악 속에 릴케는
      바로 당신이라고
      말하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코발트빛처럼
      푸른 하늘을 보면
      내 그리움이 그렇게 푸르다고
      말하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멀리 바라보이는
      가을산 끝자락을 보면
      당신을 그리워하는 그리움이
      그 산 끝자락에 있다고
      말하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스산한 바람이 불고
      낙엽이 우수수 지면
      내 그리움도 사라질까
      그 바람을 온몸으로
      함께 막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내 마음 속의 그대가
      몹시도 보고 싶은 가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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