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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구경 악행품/ 수레와 소/서산대사님의 인생

素彬여옥 2013. 10. 6. 19:00

 

 

 

법구경 악행품

재앙이 없을 것이라 생각해
조그만 악도 가벼히 말라.

물방울 하나가 비록 작아도
자꾸 떨어져 큰 그릇 채우나니라.

무릇 이 세상에 가득한 죄도
작은 죄 쌓여서 모인 것이네.

복이 없을 것이라 하여
조그만 선도 가벼히 말라.

물방울 하나가 비록 작아도
자꾸 모여서 큰 그릇 채우나니

무릇 이 세상에 가득한 복도
조그만 선이 쌓여 이루어진 것이다.

 
- 법구경제9장 악행품 -

 

인 생

근심 걱정 없는 사람 누군고,
출세하기 싫은 사람 누군고,
시기 질투 없는 사람 누군고,

흉허물 없는 사람 어디 있겠소.
가난 하다 서러워 말고,
장애를 가졌다 기죽지 말고
못 배웠다 주눅 들지 마소
세상살이 다 거기서 거기외다.

가진 것 많다 유세 떨지 말고,
건강하다 큰소리치지 말고
명예 얻었다 목에 힘주지 마소.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더이다.
잠시 잠간 다니러 온 이 세상,
있고 없음을 편 가르지 말고,
잘나고 못남을 평가 하지 말고,
얼기설기 어우러져 살다나 가세.

다 바람 같은 거라오 뭘 그렇게 고민하오.
만남의 기쁨이건 이별의 슬픔이 건 다 한 순간이오.
사랑이 아무리 깊어도 산들 바람이고
오해가 아무리 커도 비바람이라오.

외로움이 아무리 지독해도 눈보라일 뿐이오.
폭풍이 아무리 세도 지난 뒤엔 고요하듯
아무리 지극한 사연도
지난 뒤엔 쓸쓸한 바람만 맴돈다오.

다 바람이라오.
버릴 것은 버려야지
내 것이 아닌 것을 가지고 있으면 무엇하리요.
줄게 있으면 줘야지. 가지고 있으면 뭐하노.

내 것도 아닌데...
삶도 내 것이라고 하지마소.
잠시 머물다 가는 것일 뿐인데
묶어 둔다고 그냥 있겠오.


흐르는 세월 붙잡는다고 아니 가겠소.
그저 부질없는 욕심 일뿐,
삶에 억눌려 허리 한번 못 피고
인생계급장 이마에 붙이고
뭐 그리 잘났다고 남의 것 탐 내시요.

훤한 대낮이 있으면 까만 밤하늘도 있지 않소.
낮과 밤이 바뀐다고 뭐 다른 게 있소.
살다보면 기쁜 일도 슬픈 일도 있다 만은,
잠시 대역 연기 하는 것일 뿐,
슬픈 표정 짖는다 하여 뭐 달라지는 게 있소
기쁜 표정 짖는다 하여 모든 게 기쁜 것만은 아니요.
내 인생 네 인생 뭐 별거랍니까...

바람처럼 구름처럼 흐르고
불다 보면 멈추기도 하지 않소.
그렇게 사는 겁니다.

삶이란 한 조각 구름이 일어남이오.
죽음이란 한 조각 구름이 스러짐이다
구름은 본시 실체가 없는 것
죽고 살고 오고 감이 모두 그와 같도다..

-서산대사께서 입적하기 직전 읊은 해탈詩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