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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 예찬 /엄정행의 황혼의 노래

素彬여옥 2013. 11. 5. 07:33

노년 예찬

 

 

 

 




◆  노년 예찬 
민태원의 '청춘예찬'만 있는 것이 아니다



최근 동경의 어느 노인연구소에 의하면

20년 전 65세 노인의 신체.사회적 건강상태가

현재의 82세의 노인과 같다고 한다.

즉,

오늘날의 노인들이

20년 전의 노인들 보다 무려 17년이나 더 젊게 살고 있다는 것이다.

80대가 마라톤에 참가하고,

70대 후반이 히말리아나 킬리만젤로에 오르고,

택시 운전도 하지만 뒷방 신세를 면치 면하고 있는 노인들도 많다.

곧 100세장수시대가 온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이미 100세시대가 왔다고 본다.
지금 우리나라 국민의 평균수명이 80정도인데,

이는 영유아기의 사망, 사고사, 자살 등 단명한 사람을

숫자상에서 빼고도 80세이니,

지금 80세인 사람은 앞으로 10~20년은 더 살 수 있음을 의미한다.

어느 노인문제 전문의학자의 말에 의하면
현재 50이상인 사람은 100세까지 살 확률이 50%라고 한다.

구청 등에서 컴퓨터 무료강의를 하기 때문에

노년들은 주체할 수없이 남아도는 시간을

인터넷에 쏟아붓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예전에는 노년을 맞으면

환갑잔치를 거창하게 하고 나서 뒤로 한 발 물러나

소극적으로 사는 사람들이 보통이었는데,

지금은 새로운 삶의 의미를 발견하여

청장년보다 더욱 활기차게 사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어떤이는 못다 이룬 꿈을 향하여 쉼 없이 걷거나 달려나가고,

어떤이는 두려움을 접은 채 낯설거나 새로운 분야에 도전한다.

또 다른 사람은 자신이 가진 것들을 조금씩 덜어내어

나눔으로써 행복을 찾고 당당해 진다.

나이를 먹으면

젊었을 때보다 세상에 쓸모가 적어진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나이 들면서 찾는 보람이 커진다면 가치있는 삶으로 존재할 수 있다.

우리가 가치있게 나이 든다는 것은 그런 보람의 크기를 높이는 것이다.

청춘이 가는 것을,

나이 드는 것을,

늙는 것을 사람들은 서러워한다.
하지만 지나간 세월을

돌이킬 수 없는 것처럼 가는 세월을 붙잡을 수도 없다.



나이가 드는 것을 안타갑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나만 나이 먹는 것이 아니므로,

정말 안타까워 할 것은

나이를 먹으면서 자기 삶의 가치를 떨어지게 하는 것이다.

가치 있게 나이 드는 것이야말로

시간적 존재로 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가치있게 나이 드는 방법은 보람을 계속 키워 가는 것이다.

세상을 살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어디에서 왔으며,

어디쯤 서 있으며,

어디로 가고 있는가에 대한 회의가 들 때가 있다.

정신적 일을 한 사람은

세상이 나를 어떻게 평가해 주는지 돌아보며

만족감과 실망감을 맞이하는 순간이 온다.

직장인은 회사를 그만 둔 후에는

무엇을 하며 살 것인지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감이 몰려 오기도 한다.

보통 자녀를 모두 시집 장가 보내고 나면

지금껏 나의 인생에 남은 것이 무엇인가 하는

허탈감에 빠지는 순간에 부딛친다.

인생에서 마주치는 이런 순간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보내느냐에 따라

삶의 보람과 긍지를 느끼기도 하고,

삶의 방향을 잃고 좌절과 고민에 빠지기도 한다.

사람들은 정년 후에서야 조직을 떠난 개인으로서의 인간이 된다.

오래된 바이올린일수록 소리가 아름답다.
나는 인생에서 최고의 황금기는

어린 시절과 인생의 후반기라고 확신한다.

의학계 연구와 심리학자의 말에 의하면
인생에 있어 가장 행복한 시기는 70대라고 한다.

나이 먹는 즐거움은 무엇인가?
나이 먹는다는 것은 더 많은

지혜와

추억과

경험과

자유시간,

여유로운 삶

그리고 특히 손주들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노년의 특혜는
생계를 위해 돈을 벌고 경력을 쌓아야 하는 청춘의 무게를 집어 던지고

젊어서는 깨닫지 못한

즐거움을 반추하고 음미할 시간이 생긴다는 것이다.

보통 노년이 되면 세월이 화살과 같이 빨리 간다고 한탄하는데

사람에 따라 노년의 시간도 유장한 물결을 타고 천천히 흘러간다.

청년 시절은 모든게 비슷비슷하지만

노년의 삶은 자기 하기 나름에 따라 너무나 차이가 난디.
외형상으로 나타나는 신체적 격차는 그대로 눈에 보이고,

정신적인 차이도 말 몇 마디를 해 보면 금방 느낀다.

어느 누구는 혼자 산을 걸으며

잠시 걸음을 멈추고 여유롭게 하늘을 올려다보고

그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것에 마냥 행복해 한다.

그리고 음악에 흠뻑 빠져 순간적인 광기에 전율을 느낀다.

그 순간 그는 청춘으로 변신한다.

나이가 먹어도 감성이 살아 있고 사랑을 느낄 줄 안다면

그는 비록 외형은 어떨지 모르지만 내면은 뜨거운 청춘이다.

활동적이고 충만한 삶을 살면 그는 실제 나이보다 젊게 보인다.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누구나 활력이 떨어지지는 않는다.
나이 80에 미국헌법을 기초한 벤자민 프랭클린은

"진심으로 삶을 사랑하는 사람은 절대 나이를 먹지 않는다.

비록 나이 때문에 죽을지는 모르지만

그들은 젊어서 죽는 것이다"라는 명넌을 남겼다.

무려 300여 년전에 한 말이다.

인생의 일몰은 일출만큼이나 아름답다.
그러기에 어느 작가의

'꽃은 질 때도 아름다워야"라는 소설이 있디.

인생의 황혼기!
황혼은 황홀하다.

황혼은 너무나 아름답다.
구름사이로 서서히 사라져가는 석양은 마음이 저려오도록 아름답다.

어찌 일출에 비하랴.

겨울로 서서히 들어서는 준비를 하는 단풍은 나무들의 잔치다.
더 이상 아름다울 수 없고 더 이상 화려할 수 없다.

이것이 노년이다.


-淸閑 執筆室에서-


흐르는곡 : 엄 정행 - 황혼의 노래(UmJungHeng-HwanhonS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