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정재돈
가슴시리도록 처절한 울음을 맞이한다
부모들의 찢긴 심장이 바다에 애타게 누워있다
지금 내가 살아있다는 것이
얼마나 극적인 일이 아닌가
암초가 무너뜨린 저 거대한 산은
풍랑이 삼켜버린 가엾은 풀잎들은
저토록 애절하게 울부짖으며 지워져 가는데
왜 난 작은 아픔에 애통하게 울었을까
왜 작은 곤궁에 이처럼 원망했을까
사랑하는 모든 것들을 나는
눈뜨고 바라볼 수 있는데
눈부시게 아름다운 것들을
이렇듯 보듬을 수 있는데
바다의 멱살잡이에 속절없이 지워져 버린
가엾은 풀잎들과 소중한 아들 딸들
컴컴한 해저에서 보고 싶다고
안고 싶다고 손을 뻗어 절규하고 있는데
지금 살아있는 내가
지금 마주하며 이야기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참으로 기적적인 감사가 아닌가
참으로 분에 넘치는 행복이 아닌가
바다의 목 조름에 무참하게 스러진
피지 못한 안타까운 혼불이여
부디 영면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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