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다 떠나버리고 없는 늦가을 골짜기
가을바람이 몇 번이나 불어 후두둑 후두둑 가벼워진 몸으로
나무들 뼈대를 세우며 그리움을 가둔다
오래 전에
이 골짜기를 자주 찾아왔었다
늦 가을 햇살 속으로 들어가면
떠나가는 모든 것들이 다 정겨웠다
강가에 야위어 가는 마른 풀 조차 빛이나고
골짜기 마다 줄지어 선 낙엽송들이 어깨 겨누며
두런거리는 모습도 한폭의 그림이 되던 곳이다
산길을 오르면
한겨울 얼음속을 흐르는 물소리
그 아름다운 소리는 지구 만이 들려줄 수 있는 맑은 소리
혼의 울림이란 생각이 들었다
가끔은 사람들이 산을 내려오는 저문 시각에
산을 오르기도 했고
낙엽쌓인 겨울산을 오르며 길을 헤매기도 했다
그 고요한 골짜기를 오가며 보낸 시간들이
그리움이 되고 시가 되고 노래가 되었다
그 곳이 충북 영동군 상촌면 물한리이고
물한리 만추 시의 배경이 된곳이다
황여정 시 이안삼 곡 테너 이현
물한리 굽이굽이 산자락 돌아가면
저문 날 가을 햇살이 하얗게 피어난다
가을 낙엽송 가지마다 노을 곱게 물들면
억새풀 마른 풀꽃 어스름에 조용히 눈감고
잠이 든다 천년을 흘러도 변치 않을 너의 숨결
아아 깊은 골 물한리 아름다운 가을산이여
아아 깊은 골 물한리 꿈을 꾸는 가을산이여
어둠 깊어 적막은 달빛 타고 흐르는데
물소리 맴돌고 돌아 하얗게 부서진다
골짜기 굴러도 옥빛 푸른 미소 지으며
깊어가는 가을밤 내 가슴에 별을 헤며 밤새
흐르네 천년을 흘러도 변치 않을 너의 숨결
아아 깊은 골 물한리 아름다운 가을산이여
아아 깊은 골 물한리 꿈을 꾸는 나의 노래여
테너 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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