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모음/감동 글,그림 모음

불비불명(不飛不鳴)큰일을 위해 조용히 때를 기다린다는 의미입니다

素彬여옥 2016. 4. 7. 09:15

 

 

 

 

불비불명(不飛不鳴)

 

 

 

 

   

봄비 간간이 흩날리는 봄날입니다.

 

어제는 출근을 하는데 먼 산 구름 속에 산벚꽃이 곱게 피어있었고, 분홍빛의 진달래가 환하게 피어있었습니다. 이렇게 꽃들이 한꺼번에 피어나서 환호성을 이룰 때쯤 봄비가 조용히 내려주어야 설레는 가슴을 차분히 가라앉힐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지난 주말에는 친구 딸의 주례를 보면서 신부 아버지에게 잠시 마이크를 건네주며 말했습니다. 신랑 신부에게 한 말씀 해주시라고. 그랬더니 신부 아버지는 차라리 노래를 부르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한 곡 부르시라 했습니다.

 

그랬더니 반주도 없이 최백호의 ‘애비’라는 노래를 불렀습니다.

 

♬ 가뭄으로 말라터진 논바닥 같은
♬ 가슴이라면 너는 알겠니
♬ 비바람 몰아치는 텅 빈 벌판에
♬ 홀로선 솔나무 같은 마음이구나

 

 

딸을 시집보내는 아버지가 눈가에 눈물방울을 주렁주렁 달고 ‘애비’라는 노래를 부르는데, 신부는 울음을 터트렸고 신랑은 신부의 눈물을 닦느라 정신이 없고, 많은 하객들은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애비 노래의 2절은 또 얼마나 애잔하던지...

 

♬ 그래 그래 그래 너무 예쁘다
♬ 새하얀 드레스에 내 딸 모습이
♬ 잘 살아야 한다 행복해야 한다
♬ 애비소원은 그것뿐이다...

 

 

그 노래가 끝나고 저는 짧은 주례사를 하면서 신랑 신부에게 당부했습니다.

 

천년고목처럼 살라고. 살다보면 천둥이 치고 벼락이 치는 날도 분명 있겠지만 천년의 세월을 견뎌낸 고목처럼 세상을 그리 견디며 살라 했습니다. 오늘은 천둥이 쳐도 내일은 맑은 해가 떠오른다는 것을 우리가 알기 때문입니다.

 

그 천년 고목도 한 때는 어린 묘목으로 시작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자라면서 하늘이 맑았다가 흐렸다가, 날씨가 더웠다가 추웠다가 하다가, 어느 날은 철없는 나무꾼의 도끼질까지도 묵묵히 견뎌내고 천년고목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 고목의 인생을 잘 설명해 주는 시가 하나 있습니다.


장석주 시인의 ‘대추 한 알’이라는 시입니다.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게 저 혼자 둥굴어 질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날

 

 

 



 

우리네 삶과 세상의 모든 성공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삶도 맑았다가 흐렸다가 더웠다가 추웠다가, 어느 날은 천둥이 치고 어느 날은 벼락이 치는 날이 있기 마련입니다. 천둥이 치면 무서움에 몸서리를 치고, 벼락을 맞으면 가슴이 찢어지는 날도 있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것 또한 견뎌야 한다는 것도 압니다. 견뎌야 성장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호두와 밤은 서로 부딪혀야 풍성한 열매를 맺고, 보리는 겨울을 지나지 않으면 잎만 무성할 뿐 알곡이 들어차지 않는 법입니다.

 

여름에 태풍이 지나가야 바다에 영양분이 풍부해지고, 천둥이 치고 비가 쏟아져야 대기가 깨끗해지는 법입니다. 그리고 평탄하고 기름진 땅에서 자란 꽃보다 절벽이나 척박한 땅에서 피어난 꽃이 훨씬 더 향기로운 법입니다.

 

어디 그것 뿐이겠습니까. 늘 따뜻한 곳에서 자란 나무보다 모진 추위를 견뎌낸 나무가 훨씬 더 푸른 법입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견딘다는 것은 매듭이 되는 것이고, 그 매듭은 곧 성장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돌이켜 보면 저의 삶에도 무수히 많은 역경이 있었습니다. 제 나이 또래에 저처럼 삶의 곡절이 많은 사람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역경은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참 신기한 것은 그 당시는 힘들고 괴롭다고 생각했던 일들도 지나고 나니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고 기쁨이 되었을 때가 훨씬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생각해 보니 살면서 그러한 고난이나 역경이 없었으면 오늘날의 저도 없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고난과 역경은 저에게 축복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 모두에게는 저마다 자기 나름의 꽃이 있기 마련입니다. 우리 모두에게는 저마다 자기 안에 꽃씨를 지니고 있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내 안의 씨앗이 움트기 위해서는 흙속에 묻혀서 참고 견디는 인내가 반드시 필요한 법입니다.

 

불비불명(不飛不鳴)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큰일을 위해 조용히 때를 기다린다는 의미입니다. 이 말은 조직에서 큰 뜻을 품고 있는 사람에게, 그리고 아직 자신의 시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꼭 필요한 말이 아닌가 싶습니다.

 

뭐든지 초조해지면 망가지는 법입니다.

고운 하루되시기 바랍니다.
사랑합니다.

-받은 글에서-

 

 

~♬~ 표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