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비불명(不飛不鳴) ★
봄비 간간이 흩날리는 봄날입니다.
어제는 출근을 하는데 먼 산 구름 속에 산벚꽃이 곱게 피어있었고, 분홍빛의 진달래가 환하게 피어있었습니다. 이렇게 꽃들이 한꺼번에 피어나서 환호성을 이룰 때쯤 봄비가 조용히 내려주어야 설레는 가슴을 차분히 가라앉힐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지난 주말에는 친구 딸의 주례를 보면서 신부 아버지에게 잠시 마이크를 건네주며 말했습니다. 신랑 신부에게 한 말씀 해주시라고. 그랬더니 신부 아버지는 차라리 노래를 부르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한 곡 부르시라 했습니다.
그랬더니 반주도 없이 최백호의 ‘애비’라는 노래를 불렀습니다.
♬ 가뭄으로 말라터진 논바닥 같은 ♬ 가슴이라면 너는 알겠니 ♬ 비바람 몰아치는 텅 빈 벌판에 ♬ 홀로선 솔나무 같은 마음이구나
딸을 시집보내는 아버지가 눈가에 눈물방울을 주렁주렁 달고 ‘애비’라는 노래를 부르는데, 신부는 울음을 터트렸고 신랑은 신부의 눈물을 닦느라 정신이 없고, 많은 하객들은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애비 노래의 2절은 또 얼마나 애잔하던지...
♬ 그래 그래 그래 너무 예쁘다 ♬ 새하얀 드레스에 내 딸 모습이 ♬ 잘 살아야 한다 행복해야 한다 ♬ 애비소원은 그것뿐이다...
그 노래가 끝나고 저는 짧은 주례사를 하면서 신랑 신부에게 당부했습니다.
천년고목처럼 살라고. 살다보면 천둥이 치고 벼락이 치는 날도 분명 있겠지만 천년의 세월을 견뎌낸 고목처럼 세상을 그리 견디며 살라 했습니다. 오늘은 천둥이 쳐도 내일은 맑은 해가 떠오른다는 것을 우리가 알기 때문입니다.
그 천년 고목도 한 때는 어린 묘목으로 시작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자라면서 하늘이 맑았다가 흐렸다가, 날씨가 더웠다가 추웠다가 하다가, 어느 날은 철없는 나무꾼의 도끼질까지도 묵묵히 견뎌내고 천년고목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 고목의 인생을 잘 설명해 주는 시가 하나 있습니다.
장석주 시인의 ‘대추 한 알’이라는 시입니다.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게 저 혼자 둥굴어 질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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