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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홍시처럼/남지 유채밭에서

素彬여옥 2016. 4. 18. 21:47


                                              -창녕 남지 유채밭에서-

 

 

붉은 홍시처럼.

   

그리 모질게 살지 않아도 되는 것을...

 

바람의 말에 귀 기울이며

물처럼 흐르며 살아도 되는 것을...

 

악 쓰고 소리 지르지 않아도 되는 것을...

말 한 마디 참고 물 한 모금 먼저 건네고...

 

잘난 것만 보지 말고 못난 것들도

보듬으면서 거울 속 저 보듯이...

 

서로 불쌍히 여기고

원망하고 미워하지 말고 용서하며 살걸 그랬어...

 

잠깐인 것을...

세월 정말 유수 같은 것을...

 

흐르는 물은 늘 그 자리에 있지 않다는 것을...

 

나만 모르고 살았을까?

 

낙락장송은 말고

그저 잡목림 근처에 찔레나 되어 살아도 좋을 것을...

 

근처에 도랑물이나 졸졸거리고

산 감나무 한 그루 철마다 흐드러지면 그만인 것을...

 

무엇 얼마나 더 부귀영화 누리자고 그랬나 몰라...

 

사랑도 익어야 한다는 것을...

 

덜 익은 사랑은 쓰고 아프다는 것을...

사랑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을...

 

젊은 날에는 왜 몰랐나 몰라...

 

나도 이쯤에는 홍시가 되면 어떨까 해보나...

 

홍시처럼 내가

내 안에서 무르도록 익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아프더라도 겨울 감나무 가지 끝에 남아 있다가

마지막 지나는 바람이 전하는 말을

들었으면 좋겠다...

 

-좋은 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