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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누구에게 전화할까? /경주 보문정 호수에서

素彬여옥 2016. 5. 28. 09:11

 

 

 나는 누구에게 전화할까? ?


아버지에게 친한 친구 한 분이 계셨답니다.

늘 형제같이 살았던 친구라고 하네요.


그런데 이 친구 분이 87살의 나이로

숨을 거두기 한 시간 전에

아버지에게 전화를 했답니다.


"친구야! 나 먼저 간다!"


당시에 거동이 불편했던 아버지는

그 전화를 받고 그냥 눈물만

뚝뚝 흘리셨답니다.


나 먼저 간다는 그 말 속에는

그동안 고마웠다는 말도

들어 있었겠지요.


저 세상에서 다시 만나자는 말도

들어 있었겠지요.


그 전화를 받은 아버님은

일어 나시지도 못하고 그냥 눈물만 뚝뚝 흘리고...


그리고 정확하게 한 시간 후에

친구 분의 자제로부터

"아버님께서 운명하셨다"는 연락이

왔다 합니다.


내가 갈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나 먼저 간다고 작별인사를

하고 갈 수 있는 친구.


나에게 그런 친구 한 사람 있다면

그래도 그 삶은 괜찮은 삶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얘기를 하면서 선배는

"너는 누구에게 전화할건데?"하고

묻습니다.


그 질문에...

너무 많은 것인지

너무 없는 것인지

즉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나는 누구에게 전화를 해서

"친구야! 나 먼저 간다!"고

말을 할수있을까?


내가 먼저 자리 잡아 놓을테니

너는 천천히 오라고

누구에게 전화를 할 수 있을까?


친구도 좋고,

선배도 좋고,

후배도 좋고,


님은 누구에게 전화를 해서

삶의 마지막 작별인사를 하시겠습니까?


꽃 한송이,사람 하나가, 내 마음에

소중하게 여겨지지 않으면,

잠시 삶의 발걸음을 멈추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가까운 곳에

아름답고 소중한 벗들이 많은데,

우리는 그것을 못 보고

끝없이 다른 곳을 찾아다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지금까지 내 곁을 지켜주었던 사람.


앞으로도 오랫동안 내 곁을 지켜줄 사람.


그 사람이 지위가 높든 낮든,

그 사람이 가진 것이 있든 없든,


나는 누구에게 전화할까?


내가 전화를 걸 사람이 있기는 한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