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녕 남지 유채밭에서-
붉은 홍시처럼.
그리 모질게 살지 않아도 되는 것을...
바람의 말에 귀 기울이며
물처럼 흐르며 살아도 되는 것을...
악 쓰고 소리 지르지 않아도 되는 것을...
말 한 마디 참고 물 한 모금 먼저 건네고...
잘난 것만 보지 말고 못난 것들도
보듬으면서 거울 속 저 보듯이...
서로 불쌍히 여기고
원망하고 미워하지 말고 용서하며 살걸 그랬어...
잠깐인 것을...
세월 정말 유수 같은 것을...
흐르는 물은 늘 그 자리에 있지 않다는 것을...
나만 모르고 살았을까?
낙락장송은 말고
그저 잡목림 근처에 찔레나 되어 살아도 좋을 것을...
근처에 도랑물이나 졸졸거리고
산 감나무 한 그루 철마다 흐드러지면 그만인 것을...
무엇 얼마나 더 부귀영화 누리자고 그랬나 몰라...
사랑도 익어야 한다는 것을...
덜 익은 사랑은 쓰고 아프다는 것을...
사랑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을...
젊은 날에는 왜 몰랐나 몰라...
나도 이쯤에는 홍시가 되면 어떨까 해보나...
홍시처럼 내가
내 안에서 무르도록 익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아프더라도 겨울 감나무 가지 끝에 남아 있다가
마지막 지나는 바람이 전하는 말을
들었으면 좋겠다...
-좋은 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