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잘 것 없는 열매 남기고 떠납니다.

모진 바람 불 때면 아무도 모르게 그만 쓰러지고도 싶었습니다.

한 켠으로 내달렸던 마음, 부질없는 희망...

이제 접으려 합니다.

화려했던 웃음 조용히 거두고

영원히 푸르겠다던 오기, 땅 위에 나즈막히 떨구고

너그러운 바람의 품으로 돌아갑니다.

아직도 생생합니다... 지난 여름의 그 폭풍 같던 사랑...
추억의 여운만으로도 저는 이렇듯 빛나고 있습니다.

허나 어리석은 미련 갖지 않게 하소서.

찬란한 햇살에 욕심 부리지 않게 하소서.
행여 꽃 같은 님이라도 쳐다 볼까 두려운 물기 잃은 얼굴입니다.

소풍 나왔던 이 세상, 황홀한 빛으로 목 놓아 적시다가

어느 시린 가을 날, 스산한 바람 한 점에 날아가듯 저물게 하소서.
돌아서는 뒷모습 애달프지 않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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