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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ㅡ 정지용 詩- 김희곡 曲- 박인수 이동원

素彬여옥 2010. 4. 19. 21:53

 

 

 
사진-김선규 제작-오마이뉴스 이종호


♣ 향수-정지용詩-김희갑曲-박인수,이동원 ♣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 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비인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벼개를 돋아 고이 시는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흙에서 자란 내마음,
파란 하늘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러
풀섶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전설바다에 춤추는 밤 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것도 없는 
사철 발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지고 이삭 줍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하늘에는 성근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 거리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

정지용 흉상

지용의 시〈향수〉가 1927년에 발표된 이후 30년대에 들어 
작곡가 채동선에 의해 처음으로 작곡되었다. 
그러나 이 노래는 1950년 이후 정지용 시인의 
납북과 관련되어 금지곡으로 묶였다가 
1988년 봄 지용시의 해금과 더불어 '
다시 찾은 우리의 노래'로 예음홀에서 소개되었다.
지용회의 위촉을 받은 작곡가 변 훈씨가
88년 가을 〈향수〉의 두번째 노래를 작곡하였다.
이 노래는 '88년 12월 6일 정지용 시가곡의 밤에서 초연되었다. 
테너 임정근씨는 이 음악회에서 채동선씨와 
신작 변 훈씨의 〈향수〉를 동시에 발표하여 
시로 다른 느낌을 청중에게 선사했다.
〈향수〉3번째 작곡은 김희갑씨에 의하여 가요곡으로 만들어졌다.
이 노래를 성악가〈박인수씨(서울대 교수)〉와 
가수〈이동원씨〉가 듀엣으로 열창하게 된것은 
처음있는 일로서 많은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정지용의 詩碑 

정지용(鄭芝溶, 1902~1950) 시집: 정지용 시집(1935), 
백록담(1941), 지용 시선(1946)
*** 집필 의도 및 감상 ***
고향이란 인간의 원초적(原初的) 생(生)의 뿌리이고, 
어머니의 품과 같은 영원한 안식처이다 .
그러므로 시인이 고난과 시련의 현실에 
놓여 있을 때 가난하지만 행복했던 
과거의 고향을 그리워하게 마련이다. 
이 시는 정지용이 일본 동지사(同志社) 대학 
재학 시절에 쓴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이국 땅에서 낯선 환경 속에 생활하며 
유년 시절에 겪은 여러 추억과 고향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이 이 시를 쓰게 한 배경이라 할 것이다. 
토속적인 어휘와 창가조(唱歌調)의 구성 형태를 취하면서도 
표현에 있어 감각적 심상을 사용한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특히 감정의 노출을 극도로 자제하면서 
모든 정서를 이미지로 형상화하여 처리한 것은 이 시가 
한국 시사(詩史)에 있어 한 단계 발전했음을 보여 준다. 
정지용의 고향은 충북 옥천이지만 시 <향수>의 고향 배경은 
외갓집이 있었던 충북 옥산면으로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옥천’에는 넓은 벌이 없기 때문이다. 
하여튼 시 <향수>는 오늘의 우리에게도 
고향의 근원적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해 주는 작품이다.
***웹상의 자료를 정리한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