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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우승보다 값진 준우승” 종결편

素彬여옥 2011. 11. 30. 23:57

그래 진인사대천명이라고 내 할 바는 다 하자 그라고 맡기자.

시리리 잠이 온다.

북적대는 소리에 잠을 깨고 보니 옥천 휴게소 시간이 8시30분 11시 경기에

시간이 너무 빡빡하다.

화장실과 스트레칭, 고속도로에서 꼭 만물상에 한 번 씩은 들려야하는

젊은 노땅 김 선생이 승차하자 다시 버스는 서울로, 서울로 달렸다.

아이들은 왜 이리 지루 하냐는데,

나는 버스가 출발하자 금방 도착한 듯하다. 이게 책임자의 비애리라.

드디어 도착,

어차피 이기기는 힘들다니까.

그럼 왜 이 고생이냐구! 그래도 우리가 가면 가능성이 있다구?

뭐가 뭔지. . . .

그래 해 보는 거다. 방법이 없잖아?

걸으면서 눈을 감았다.

“하느님, 이번 한 번 도와 주이소!

제가 언제 그리 많은 것을 요구합디까? 제가 뭔 죄가 많아서,

이런 짐을 져야 되느냐구요?”

“야이 자슥아, 그 동안 선생 하면서 잘 벌어 먹고 살았잖아

그라마 이런 짐도 져야하는겨!”

“아니 그라마 딴 넘들은 왜 그냥 편하게 지내도록 해주고,

내만 갖고 그러신데요?”

“하~, 이 자슥 그냥 주어지면, ‘네’ 할끼지 뭐가 그리 말이 많노?”

“말도 못 합니까?”

“니도 학생들 지도하다가 자꾸 토 달면 짜증나네? 나도 일보 직전이거든 . .”

“예, 예 아랐심더! 뒷 일은 책임지소, 잉!”

“ 그냥 빨리 들어가기나 해, 이 자숙아!”

“알았다니까요! 알았어요.”

내 나고 제일 찐한 기도를 했다.

인솔해서 정리하고 장비 세팅에 어~휴!

말로만 듣고 TV에서 만 보던 장충체육관,

청색치마와 하얀 교복으로 티를 낸 우리 학생들이

체육관에 입장하자, 와~우,

이건 정말 장판교에서 백만 대군을 홀로 맞이하는 장비 기분이다.

장충체육관의 반을 꽉 메운 스탠드의 응원군들

우리 아이들을 정렬시켜 앉으니 갸들의 삼분의 일도 안 된다.

숫자에 눌리고 촌닭 서울 한복판에 꼬다 놓은 보리자루마냥

아무 소리가 안 나온다.

숙명여고 전교생이 다 나온 듯하다.

그래 부닥치는거다. 사물놀이 반 학생들 좌우로 배치하고,

휴대용앰프 장치를 하는데, 아뿔사, 이게 소리가 나지 않는다.

여기 저기 훓어 보니 접지 부분의 납땜이 부러져 있다.

이~미, 이~발, 행정실 노무 새끼들, 좀 물건 같은 것 사놓으라고

그렇게 이야기 했건만

소리가 붙었다 떨어졌다. 이 게 환장할 노릇이다.

저 대군을 대적해야하는데, 이 앰프마저 나를 버리는가?

숙명여고에서 응원을 시작한다.

대형스피커를 양쪽에 두고 고출력 앰프로

얼마나 왕왕대는지 손에 들고 다니는 야외용 앰프,

그 것도 고장이 나버려, 속 모르는 아이놈들은

우리도 응원을 하자고 조르기 시작한다.

그래, 이 자슥들아, 이런 상황에서 너희들 같으면 우야마 좋겠노?

그래 우짜든동 시작은 해보자. 일어서서

촌시럽등가 말든가 그래!

“와 ~~!” “효성, 효성, 파이팅!”그리고 337에다 별 짓을 다 해봤는데

도통 소리가 들려야 뭐를  해 먹지.

사실 얼마 전 감기 몸살 후유증이 있어 생목소리도 거의 힘이 빠져 있는데,

절망이다. 이를 어째?

아군의 허점을 발견한 숙명의 기세는 더욱 거세어졌다.

앰프의 볼륨은 자꾸 더 올려져 가고 있다.

급기야 본부에서 볼륨을 졸 줄여달라는 멘트에

줄이는 척 다시 올라만 간다.

어디 이런 응원 현장을 본 사람이야 알겠지만

본부의 자제 멘트는 그냥 면피용이다.

그래 더 떠들어라.

나도 이제 손을 놓고, 멍 하니 천정만 볼 수밖에 없는 표정을 했다.

이제 서서히 따라온 담임들이 답답해지고 아이들이 답답해지기 시작했다.

선생님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뭐라도 해야 할 거 아닙니까?

그래 조금만 더 답답해 봐라 나는 서서히 뭔가 머리에 가닥이 잡혀가고 있었다.

대구서 올라온 촌놈이라는 소리에 자존심이 한껏 상하고 나서의

집중력을 노렸다.

게임은 시작되었다.

예상대로 계속 밀려가는데 한 번이라도 뒤집어야 기회를 찾을 수 있는데,

드디어 기회가 왔다. 첫 번째 쿼터을 몇 분 남기고,

점수가 동점에 접근하는 분위기를 타서 일어섰다.

학생들의 시선이 일제히 나에게 집중되었었다.

그래 목도 아프고‘수화’다 아이 놈들 깔고 앉은 박스를 몇 장 빼앗아,

제일 위에 “전달해!”  “우리 앰프 고장, 수화로 한다. 알았나?”

“예~~~!” 

“예~~~!”하는 소리가 브론트사우루스 와 브라키오사우루스의

초식공룡의 천둥과 같은 응원 소리를 30센티 이상 감추어진 발톱으로

공격하는 알로사우루스와 티라노사우루스의 극 고음의 날카로운 발톱으로

공룡 숙명의 응원을 한 방 먹여버렸다.


얼마나 자존심이 상했으면 . . .

주먹을 쥐고 밑으로 향하면서 “효성!”

손을 펴고 팔을 벌려 하늘로 “화이팅!”

“오케이?” 

“오케이!” 

“됐~~나?” 

“됐~~다!” 

“말 놔~라!”

“알았다!”

오냐, 말 놓는 것쯤이야. 응원만 된다면 다 좋다.

서서히 시작을 했다.

주먹 쥐고 아래로 좌로 우로 “효~~성~~!”  “효~~성~~!”

팔을 펴서 하늘로 좌로 우로 똑바로 하늘로 하는데

“화이팅!” “화이팅!” “화이팅!”

정확하게 세 번 한 푼의 오차도 없이 떨어진다.

우~와, 갑자기 눈물이 핑 돈다.

내 손 짓, 몸 짓 하나에 이렇게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아이놈들,

이 건 분명 감동이다.

갑자기 장판교의 백만 대군 앞의 장비를 생각해 본다.

이보다 더 감동적일까?

숙명의 삼분의 일밖에 안 되는 인원의 응원소리가

장충체육관의 두껑을 울리자 백만 대군의 위세가 일시에 싸늘해짐을 느끼면서

우리 군의 정예부대들은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며

나의 일거수일투족에 날아가는 싸인을 읽는다고 숨소리를 죽인다.

나의 좌사물 우사물의 사물놀이반 학생들은

손가락 하나에 자진모리,

손가락 둘에 휘몰이를 싸인으로 나누고

적당한 시간 간격으로 ‘삼삼칠’에 ‘효성’ ‘파이팅’을

번갈아 섞어 가면 쓰니까 이게 응원이지 뭐냐는 것이다.

갑자기 응원 분위기가 우리 쪽으로 넘어 오면서 분위기가 달아오른다.

나의 특수부대 일진 출신 11반 정예요원들을 앞에 정렬해서

함께 분위기 잡으며 응원을 하는데,

플로어의 게임 승패와는 상관없이 분위기가 돌아가겠다.

그래 이 정도면 자신감이 생겼다.

서서히 나의 몸은 어제 그제께 그렇게 아팠다는 것은 다 망각한 채

춤을 추고 있었다.

몸을 굽혀 아래로, 좌로 우로

다시 하늘로 팔을 펼쳐 좌로 우로 똑바로 하늘로

그리고 반복해서 한 번 더!

어떻게 그렇게 수업시간에 뒤집어져 자던 놈들이

이렇게 착하게 돌변할 수 있는지

학교 규칙이라면 알르레기 반응을 일으키던 놈들이

나의 수하 지도에는 옆에 놈들은 가르쳐가면서까지 솔선수범이다.

그래 솔선수범이다.

그래, 뭐가 교육인가?

하고 싶어 하는 것을 잘 하도록 하는 게 교육인데

모든 인간을 모조리 1등으로 만들려는 게 교육이 아닐 진데.

모든 인간이 모조리 범생이만 되면 세상이 정말 재미가 없을 텐데,

그저 그런 인간만 만들려고 난리를 피우는게 우리 교육인가?

야~~, 야, 이동균 정신 차려! 지금 응원해야지! 

아~ 참 그렇지

몸을 굽혀 아래로, 좌로 우로 “효성, 효성

다시 하늘로 팔을 펼쳐 좌로 우로 똑바로 하늘로 “화이팅! 화이팅!”

그리고 반복해서 한 번 더!

주먹 쥐고 아래로 좌로 우로 “효~~성~~!”  “효~~성~~!”

팔을 펴서 하늘로 좌로 우로 똑바로 하늘로 하는데

“화이팅!” “화이팅!” “화이팅!”

이제 내 입 모양을 보고도 서로 의사소통이 될 정도가 되었는데,

어렵게 시작된 응원과 함께 전반전이 끝이 났다.

 

  15분 후의 후반전 . . .

그런데 아직 한 번도 역전을 하지 못했는데

이대로 가다가는 응원부대들의 힘이 빠지고 기가 눌려버리면

새벽밥 먹고 네 다섯 시간을 올라와 패잔병 꼴로 내려간다는 건 

생각만 해도 기가 막힌다. 뭐라도 의미를 찾아야 하는데  . . .

할 수 없다. 우리 11반 실장 경희를 불렀다.

가지고 온 것 내 놓으라고 하고 나의 비장의 무기도 꺼냈다.

경희 앞에서 웃통 훌러덩,

마누라 몰래 훔쳐온 붉은 바탕에 꽃무늬가 있는 홈드레스를 꺼집어 내니까,

경희 놈의 가시나 웃습다고 까르르 하며 난리다.

경희가 가지고온 검은 선그라스를 끼고,

가지고 온 가발을 내어 보라니까, 이놈 얼굴색이 사색이 된다.

선생님 이건데요! 

아뿔사, 가발을 가지고 오라고 했는데

뒷머리 길게 늘어뜨리는 장식하는 가발을 가지고 온 것이다.

내 머리가 어떤 머리냐?

앞의 이마에서 중간 넘어 까지는 민둥산에 뒤는 그래도 빡빡한데

앞머리를 전혀 커버할 수 없고, 씰데 없이 뒷머리 가발만 가지고 온 것이다.

이를 어째? “야 이누묵 가시나야, 이기 뭐꼬?”

중국영화의 황비홍인가 하는 주인공의 머리꼴이다.

어이가 없이 둘이 같이 웃다가

“솀예 방법이 없잖아요? 이기라도 그냥 쓰고 가입시다.” 하고

이누묵 가시나 우습다고 혼자 대굴 대굴 구른다. 

글쎄 이 상황에서 이쁘고 안 이쁜게 뭔 의미가 있겠는가?

그래 어차피 나야 학교에서 다 망가진 놈인데 . .

후반전 부자 소리가 울리고, 선수들은 플로어에 나가고

숙명여고에서는 벌써부터 인해전술로 응원이 쓰나미처럼 밀러온다.

게임의 리더에 힘입어, 서울 홈그라운드의 잇점을 충분히 살려,

온갖 장비의 파워를 마음껏 뽐내며 공룡같은 응원 물결이 밀려온다.

그래 좀 뜸을 들이자.

역시 게임은 아무리 정신력이 강해도 한계가 있는가?

계속 끌려가기만 하는 분위기에 학생들이 답답해지기 시작했다.

갑자기 몇 명이

“이동균!” “이동균!” “이동균!” “이동균!” “이동균!”을

외치기 시작했다.

그래 더 외쳐라 더 외쳐! 

“이동균!” 

“이동균!” 

“이동균!” 

“이동균!” 

“이동균!” 

서서히 계단을 내려갔다. 응원석으로 올라갔다.

그 때 까지 이놈들이 나를 알아보지 못 했다.

어떤 미친년이 안 그래도 게임 지고 응원도 안 되어 죽겠는데

분위기 파악 못하는가 하는 고함

“누구야, 끄집어 내라라! ”

“끄집어 내라라! ”

“끄집어 내! ”

난리가 따로 없다.

글쎄 새까만 안경과 희얀한 가발에,

붉은색의 홈드래스를 입고 나타나는 나를,

갸들은 아무도 학생부장이라고는 생각을 못 했을 테니까.

고함지르다가 갑자기 수근수근 조용해 지는 틈을 타 안경을 벗고

치마를 슬쩍 들어 날을 보여주자 갑작스런 함성이

다시 숙명여고를 조용히 시키기에 충분한 사기진작이 되었다.

수화를 했다. 밑의 “플로어의 게임에 는 신경을 쓰지 말자”

“우리는 응원으로 저기 숙명을 묵사발 만들자!”

“대구효성의 저력을 보여주자. 알았나?”

손짓 발짓 해가면 이야기 하는데

나도 못 알아듣는 내 말을 야들은 정말로 잘 알아듣는다.

참 머리가 좋은 제자들이다.

서서히 응원을 시작했다.

 “효~~성~~!” “효~~성~~!” 

“화이팅!”“화이팅!”“화이팅!” 

우리 군의 11반 정예부대들은 오합지졸 지 멋대로 움직여도

그저 기분이 좋다.

사물놀이반 놈들 평소에는 박자 하나 잘 못 맞추는 놈들이

오늘은 그저 신이 난다

북이 찢어져라 꽹가리의 놋쇠가 깨어지는 줄도 모리고 두드린다.

징 두르리는 놈는 징채의 실밥이 터져 너덜너덜해지니

지가 두드려야 할 타임도 없이 두드린다.

드디어 본부에서 응원을 좀 자제 해 줬으면 하는 멘트가 들어온다.

그래 저 소리는 우리보다 인원수가 세배나 많은 숙명에게 하는 소리인겨 , ,, 

그냥 두드려 . .  잠시 경기가 스톱되었다.

본부석에서 우리 측으로 관리자가 온다.

역시나 좀 조용히 해 달라는 부탁

“알았습니다. 예, 예! ” 우리는 대답은 잘 한다.

우리 측 선생님들 가운데서도 응원이 우리가 너무 과열되었다고

나에게 어필이 들어온다.

그래 이 상태로 주저앉아버리면 뒷일이 더 크다.

욕을 얻어먹어도 고, 고, 고 !

그래 사물놀이가 너무 세게 나가니까 태클이 많이 들어온다.

야 너희들 좀 쉬어라!

이제 파도타기다! 박스에 ‘파도타기!’손으로 사인곡선의 파도를 그리며

‘전달!’ 

벌써 파도타기할 기세에 함성이 쏟아져 나온다.

“와우~!” 근데, 파도타기는 보기는 봤는데,

우째 할지를 모르겠다.

야구장에서 하는 거 보니 언늠이 막 달리던데

디립다 달리기만 하면 될랑가 . .?

그래, 손으로 파도를 그렸다.

일제히 “오~~케~이!”함성과 함께 스텐드의 통로를 숨이 턱에 턱턱 닺도록

달리고 달렸다. “와~~~” 정말 이기 파도타기구나

내 하나의 달리기에 이렇게 전체 학생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게

내가 하고도 신기하다.

그런데 한 번 달렸다가 왔을 때 숨이 턱에 턱,턱, 한 번은 하겠는데

두 번은 도저히 그래서 엄살을 떨었다.

손바닥을 목에 대고 혓바닥을 핵! 핵! 거리니까?

안스러운 표정의 우리 착한 아이들, 

그래서 파도타기 신호에 내 손바닥을 펼쳐서 쫙 흔들면

내가 안 뛰어도 되겠냐고 수신호를 하니 모두들 

“뛰지마!” 

“뛰지마!” 

“뛰지마!” 

“뛰지마!”를 외친다. 오케이 되려나? 시작해 봤다.

자리에 서서 손바닥을 펼쳐 부채 모양으로 쫙~~~ 돌렸더니

내 손바닥의 모서리가 돌아가는 쪽으로 모두들 함성과 함께 일어서면서

“와~~!” 함성과 함께 기가 막히게 파도타기가 돌아간다.

이 정도면 되었다.

팔을 밑으로  “효~~성~~!”

팔을 펼쳐 위로 “화이팅!”

삼삼칠에 

사물놀이의 자진모리 1번과

휘모리 2번에 파도타기,

이 정도면 오늘 나머지 응원을 끝장이다.

이제는 내가 신이 났다.

수신호를 순서대로 하다가, 거꾸로 바꾸어 하면서 

한 번씩 파도타기를 넣어 면서, 돌아가는 응원 분위기에

숙명여고의 응원소리는 자기 팀의 슛 쏘는 소리와 함께 간간히 들려올 뿐

우리들의 응원은 게임과는 상관없이 학생들의 쉬어가는 목소리와 함께

더욱 상승무드를 타고 있었었다.

내가 봐도 이 응원은 계획해서 되는 응원이 아니다.

뭔가 하늘에서 기적처럼 이루어지고 있는 이벤트였다.

분명히 게임은 이기고 있는 숙명여고의 분위기인데

그들은 서서히 힘을 잃어가고 있는 분위기이었다.

잠시 한참 열기를 더하고 있는 플로어의 경기장을 봤다.

그런데 이상한 광경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스포츠기자들의 카메라가 게임하고 있는 선수들에는 아랑 곳 없고,

우리 응원팀 쪽으로 카메라의 셔터와 플래시가 계속 터지고 있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수화로 카메라가 우리를 찍고 있다고 싸인을 하자,

갑자기 붉은 망또를 보고 흥분한 투우 모양으로

“응~~원!” “응~~원!” “응~~원!”을 외쳐댄다.

그래 우리 학생들을 위해 이 한 몸 바쳐 죽고 치워 불자.

벌떡 일어나 다시 응원을 시작했다.

꿈속에서 하는 모양, 뽕이나 한 대 맞은 모양,

걸판진 응원 한 넙대기가 끝나고 

학생이나 나나 땀에 뒤범벅이 된 나를

우리의 11반 용사들이 박카스에 피로 회복제인 뭔 골드인지,

갖다 안기면서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 주는 놈, 다리를 주물러주는 놈,

옷을 벗어 부채질하는 늠 참 가지가지다.

한 늠은 옆에서 “스승의 은혜는 하늘같아서 . . ”

쌩 난리 굿판을 벌인다.

잠시 응원에 지쳐 늘어져있는데

도시락 같은 것을 든 아가씨 하나가 마이크를 댄다.

무슨 방송의 기자 누구라고 소개를 하고,

지방에서 새벽에 출발을 했을 것 같은데 어려운 점이 무엇이냐?

학생들의 아침은 어떻게 해결했느냐? 등 등

가장 핵심적인 질문은 이렇게 게임이 끌려가는 가운데서도

일사불란한 응원은 정말 감동적이다.

이를 위해 얼마동안 준비를 했냐는 것이다.

반장 부반장도 없이 준비는 뭔 준비 그냥 왔다니까,

이거 지금 방송인데 좀 고운 말을 써주시고,

좀 진지하게 이야기해 주셨으면 좋겠다는 멘트,

준비 없이 올라왔다니까 끝까지 믿지 않는다.

오냐 그라마 니가 원하는 답을 할께.

“그래 한 달 준비했심다. 됐 ․습 ․니 ․까?”

그 당시야 록샘이 없었으니까. 이런 말도 없었으리라만

우짜든동 물 건너 간 우승을 두고 우승하기를 바란다는 말과 함께

관중 속으로 아가씨는 사라져갔다.

마지막 타임아웃을 향해 게임은 우리의 응원과는 전혀 상관없이

착 착 진행되고만 있었다.

숙명여고에서도 어떤 선생님이 마이크로 파도타기 신호를 하고는

열심히 뛰는데 시작을 했지만 중간에 푹~~! 식어버린다.

또 한 번, 또 한 번, 계속 시도했지만 번번히 꺼져버리는 파도타기의 불씨,

괜히 심통이 났다. 그래 게임은 여지껏 한 번도 역전을 시켜보지 못 했지만

응원으로 분위기를 제압하리라.

썬그라스를 고쳐 쓰고, 황비홍의 뒷머리가발을 샤방 샤방 털고,

마누라 잠결에 살짜기 훔쳐온 붉은 꽃무늬 홈드레스의 주름을

서서히 일으키면서 우리의 효성 아가들에게

우리가 저 불쌍한 서울아가들에게 파도타기가 이런 것이라고 한 번 보여주자!

수신호를 했다.

“예~~~~~~~!” 

천정이 내려 앉는다는 표현이 이럴 때 쓰는 거지,

록샘의 노래 소리가 커다고,

영주문화회관의 천정이 어쩌구 저쩌구 하는 것은 말이 안 되지!

서서히 기를 모으면서 하는 기괴한 동작에

학생들의 숨은 멎을 듯 이어지고, 이어질 듯 끊어진다.

서서히 손바닥을 펼쳐 움직이면서 학생들의 함성과 함께

일어서고 앉고의 일사불란한 움직임은 건너 편 숙명여고의

백만 대군의 한숨과 탄식 그리고 어쩔 수 없는 감동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우리 응원단을 향한 마지막 스포츠기자들의 셔터소리와 플래시 불빛이

장충체육관의 식어가는 마지막 열기를 더하고 있었다.

서서히 장내 아나운서의 폐회식 멘트와 대회MVP 우승 준우승 등 등

시상식이 진행되고 있었지만 시상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옷을 갈아입고  다시 학생부장으로서의 본연의 자세로 돌아간다.

재경서울동창회에서 준비한 샌드위치와 우유,

넉넉히 준비는 해 주었지만

어디 한창 커가는 아이들의 양에는 어차피 모자란다.

문제는 그 다음의 일이다.

체육관 광장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주변 산책으로

서울 온 흉내나 겨우 내고 2시 반까지 버스에 탑승

열 두 대의 버스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달리고 달렸다.

금강휴게소에 휴식을 취하는 시간이 5시 가까이 된다.

하~, 이거 큰 일 인데, 아이들이 벌써 대구에 도착 시간을 묻고 난리다.

배고프다는 것이다. 하루 밤 새 준비한 행사에 무엇 하나 짜임새가 없다.

성인들 같으면 알아서 휴게소에서 햄버거를 먹든지,

쇠고기 덮밥을 먹던지 다이어트를 한다고 굶은들 뭔 신경이요만,

학생들을 인솔한 책임자 입장에서 준비성 없는 행사에,

하나 부터 끝까지 신경이 쓰인다. 도저히 안 되겠다.

전화를 했다. 학생기획 이대희 선생님한테

대구 도착하면 퇴근 시간 밀리는 것 고려,

아무래도 학생들 몇 명, 혈당 수치가 떨어져 응급실로 실려 갈 것 같으니

추풍령 휴게소로 비상용 간식을 공수해 달라고

교장선생님께 상의해 보라고 전화를 했다.

지금은 돌아가신 최기호 선생님이 전화를 받아 난리다.

“이동균, 너 뉴스에 나오고 난리 났다. 내일 아침 스포츠신문에도 나온데 . . !” “ 형님, 뭔 소린교? 다 치우고 아들 다 굶어 죽을 판이니

어쩌구 저쩌구 . .  . 빨리 조치 좀 해주이소!”

“그래 알았다. 학교 돈 안 된다 카마,

내 돈을 보내 주께! 걱정마. 조심해서 내려와!”

안 그래도 학생들 도착하면 나누어 줄 간식 준비 했다고

그 것 들 고 지금 후배들 몇 명 데리고 출발하겠다고

기획 선생님이 연락이 왔다.

아사 직전의 아이들을 이 기쁜 소식으로 달래고,

또 열 두 대의 버스는 남쪽으로 달리고 달렸다.

드디어 추풍령 휴게소에서 남쪽에서 올라온 하선생과 최 선생 차의 트렁크에서

빵과 우유가 쏟아져 나오고,

수업 시간에는 그렇게 꼴 보기 싫고,

소리만 들으면 잠이 오던 영어선생의 목소리가 그렇게 달콤하게 들여오더란다.

맨 날 다니면서 복장이 어떻고 인사성이 있니 없니,

학생의 기본이 어떠니 하는 생활지도선생님의 빵을 든 손이

꼭 예수님의 손처럼 보였다나.

매일 보는 선생과 제자의 해우가 이렇게 반가울 수가 있을까?

빵 몇 조각이 무엇 이었을까?

아님 근본 학교에서도 사랑하는 사이였는데 추풍령에서 꽃을 피운 걸까?

저쪽 구석에서는 선생님과 끌어안고 우는 놈도 있다.

벨 꼬라지 다 보겠다. 학교에서는 분명 견원지간이었는데,

참 이상하다.

이래저래 시간이 지체되어 밤 9시 정도 도착하고

그날 도 평가회란 이름의 허울을 덮어쓰고 새벽이 짧아져 갔다.

다음날 아침 모 스포츠 일간지의 타이틀

“우승보다 값진 준우승”

이란 타이틀의 커다란 사진 하나가 게시되었다.

 

출처 : 박범철가곡아카데미
글쓴이 : 이동균 원글보기
메모 : 현재는 **고등학교근무 중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