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으로 사람을 판단 하지 마라
당(唐)나라 때 양주(楊州)에 혜조사(惠照寺)란 절이 있었다.
재상이된 왕파(王播)가 젊은 날 이 절에서 식객 노릇을 했다.
중들은 그가 얄미웠다. 밥 먹기 전 치는 종을 밥을 다 먹은 뒤에야 울렸다.
반후종(飯後鐘)’이다. 뒤늦게 나타난 왕파는 기가 막혔다.
눈물을 머금고 짐을 싼 왕파는 절 담에 글을 남겼다.
‘올라보니 식사는 끝나 모두 흩어졌구나.
부끄럽도다, 중들은 밥 먹은 후에야 종을 치누나(上堂已了各東西 慚愧闍黎飯後鐘)’.
중들이 훗날 왕파가 재상이 될 줄 알았다면 이렇게까지 박대했을까.
인재 알아보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말을 보는 데 말랐으면 잘못 보고(相馬瘦失),
선비를 보는 데 가난하면 잘못 본다(相士貧失)’는 말도 있다.
어떤 상황에 처하든지 그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행동할 것을 충고하고 있다.
집안이 가난하면 어진 아내가, 나라가 혼란스러우면 어진 재상이 생각난다
(家貧則思良妻 國亂則思良相)고 한다.
참으로 어진 재상이 그리운 때다.
유상철 기자 [scyou@joongang.co.kr]
내 마음을 주고 싶은 친구
생각이 깊은 친구를 만나고 싶네
그런 친구는 정신이 건강하여
남의 아픔에서 자신의 행복을 찾으려 하진 않겠지
머리에서 발끝까지 명품을 두르고
몇 푼 안되는 콩나물값에 핏대 세우는 까탈스런
친구보다는 조그만 기쁨에도 감사할 줄 알고
행복해서 죽겠다는 표정으로 목젖이 다 드러나도록
웃을 수 있는 친구를 만나고 싶네
화장기 없는 얼굴에
빨간 립스틱 쓱쓱 문질러 바르고
비 오는 날 예고 없이 찾아와서는
애호박 채 썰어 전을 부쳐 먹고
변두리 찻 집에서 커피 한잔을 마셔도
마음이 절로 편한 친구였으면 좋겠네
때로는 억울한 일 횡재한 일
울다가 웃다가
소낙비 내리듯 거침없이 쏟아부어도
그저 넉넉한 가슴으로 그래그래 하며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고 삶의 긴장을 풀어주는
큰 나무 같은 친구였으면 좋겠네
마음 씀씀이가 비 그친 하늘 닮은 친구 하나
내 우정의 빈터에 조심스레 들이고
그에게 가장 미더운 친구
그에게 가장 순수한 친구
그에게 가장 힘이되는 친구
그에게 가장 의지가 되는 친구로
나도 그의 맑은 하늘이 되고싶네
여백이 있는 풍경'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