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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위에서 곡예를 하는 달 빛/글 윤정강

素彬여옥 2012. 11. 21. 09:05

 

가슴위에서 곡예를 하는 달 빛/글 윤정강



잠결에도 눈이 부시었을까...
눈을 뜨니 휘영청 밝은 달빛이
내 베게위에 앉아서 다정하게 웃고 있다.

창살무늬가 달빛에 그림을 그린듯 나의 얼굴 눈가 입술 언저리에도
작은 동산을 넘으려는 가슴 위에서 허락도 없이 올라 앉아 곡예를 한다.

아직은 달빛에게 보여 줄수없는 속옷을 암전하게 여미며
창밖을 내어다 보니 둥그렇게 잘 생긴 달은
에덴동산에 내려온 천사들과 축배를 들고 있었나 보다.

얼른 전등을 켜고 달력을 본다.
음력 글씨를 찾는다. 아~보름!!
내가 잠이 들었던 시간은 보름이었는데
눈을 뜬 지금은 음력 2월16일 三更이 지나고 있다.

간밤에 나의 침실을 습격했던 진범은 보름달이었구나~~
단잠에 빠진 나의 베게위에서 간음을 했을까..
어쩐지 잠결에도 입술이 열리고
언덕위에로 솔바람 지나간 흔적이 있던것은 아닐까..

三更이 지나도록 나의 창가를 배회하는 달빛은 부끄럼 쟁이다.
구름으로 얼굴을 가리우며 조금씩 야위어 간다.
그대 찬란한 달빛이여!!

서산으로 찾아가면 반쪽 몸을 내어 줘야 할텐데
나의 창가에서 나와 함께 이 한밤을 외로운 중년의 바다에 등대가 되어다오.
그때엔 꼭 창문을 활짝 얼어 놓고 나의 하늘을 기다리게 되리라.

오늘은 오후에 큰 행사가 있는 날이다.
한복을 챙기고 예쁜 진주 반지도 챙겨서 머리맡에 두고 잠을잤는데
인경에 찾아온 그대 달빛과 아름다운 이야기를 한다.

달은 자꾸 서산으로 걷는다.
구름으로 만든 옷으로 얼굴을 가리우는 달.
창문을 열���보니 달은 나에게'마리아' 라 부르며
인간의 죄를 대신하여 십자가를 지신
예수그리스도의 부활을 이야기 하는듯 나도 따라 성호경을 긋는다.


2005년3월26일 ㅡ글/윤정강 ㅡ

카톨릭에서 영세받던날에
그 이후 냉담자가 되었습니다.
저는 종교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냥 자유인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