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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리가 아니면 잡초가 된다/ 정민 교수의 한국한문학 홈페이지에서

素彬여옥 2012. 12. 16. 11:07

 



    제자리가 아니면 잡초가 된다

     


    신문에

    `토종들풀 종자은행` 이야기가 실렸다.

     

    고려대 강병화 교수가

    17년간 혼자 전국을 돌아다니며 채집한

    야생들풀 1백과 4439종의

    씨앗을 모아 세웠다는 이야기다.

     

    한 사람이 장한 뜻을 세워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 잡초들의 씨앗을 받으려

    청춘을 다 바쳤다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고맙고 자랑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나는 그보다 기사의

    끝에 실린 그의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엄밀한 의미에서 잡초는 없습니다.

    밀밭에 벼가 나면 잡초고,

    보리밭에 밀이 나면 또한 잡초입니다.

    상황에 따라 잡초가 되는 것이죠.

    산삼도 원래 잡초였을 겁니다."

     

    오호라!

    상황에 따라 잡초가 된다.

    이 얼마나 의미심장한 말이냐

    사람도 한 가지다.

     

    제가 꼭 필요한 곳,

    있어야 할 곳에 있으면 산삼보다 귀하고,

    뻗어야 할 자리가 아닌데

    다리 뻗고 뭉게면 잡초가 된다.

     


    그가 17년간 산하를

    누비며 들풀의 씨를 받는 동안,

    마음속에 스쳐간

    깨달음이 이것 하나 뿐이었으랴만,

    이 하나의 깨달음도

    내게는 정신이 번쩍 들게 하는

    참으로 달고 고마운 말씀이다.

     

    타고난 아름다운


    자질을 제대로 펴지 못하고

    잡초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보리밭에 난 밀처럼,

    자리를 가리지 못해

    뽑히어 버려지는 삶이 너무나 많다.

     

    지금 내 자리는 제 자리인가?


    잡초는 없다.

    자리를 가리지 못해 잡초가 될 뿐이다.

     


    - 정민 교수의 한국한문학 홈페이지에서 -


    소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