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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푸쉬킨

素彬여옥 2012. 12. 20. 23:53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 알렉산드르 세르게예비치 푸쉬킨(1799-1837)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슬픈 날엔 참고 견디라
즐거운 날이 오고야 말리니

마음은 미래를 바라느니
현재는 한없이 우울한 것
모든 것 하염없이 사라지나
지나가 버린것 그리움 되리니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노하거나 서러워하지 말라
절망의 나날 참고 견디면
기쁨의 날 반드시 찾아오리라

마음은 미래에 살고
현재는 언제나 슬픈 법
모든 것은 한순간에 사라지지만
가버린 것은 마음에 소중하리라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우울한 날들을 견디며 믿으라
기쁨의 날이 오리니

마음은 미래에 사는것
현재는 슬픈 것
모든 것은 순간적인 것, 지나가는 것이니
그리고 지나가는 것은 훗날 소중하게 되리니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설움의 날은 참고 견디면
기쁨의 날이 오고야 말리니


"러시아 詩의 태양"으로 불리우는 알렉산드르 푸쉬킨은 러시아인들이
가장 존경하고 사랑하는 문학가 중 한 사람이다.

푸쉬킨에게는 나탈랴 라는 아내가 있었는데 남편을 속이고 네덜란드

외교관인 단테스 남작과 염문을 뿌렸다. 단테스와 나탈랴가 내연의

관계라는 소문이 러시아 사교계에 퍼지게 되고 나중에는 푸쉬킨의 귀에

까지 들어가게 되었다. 불쾌한 소문을 접한 푸쉬킨은 분을 참지 못하고

단테스에게 결투를 신청한다.

1837년 1월 27일 상뜨 뻬쩨르부르크에서 벌어진 결투에서 푸쉬킨은

단테스가 쏜 총알에 부상을 입고 이틀 후 37살 젊은 나이에 사망했다.

(단테스는 나탈랴 여동생의 남편으로 푸쉬킨에게는 처제의 남편이었다.

푸쉬킨의 정적들이 푸쉬킨을 제거하기 위해 헛소문을 퍼뜨렸다는 설도 있다)

후세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회자되고 있는 명시를 지은 푸쉬킨은 아내의

염문에 노여워하는 바람에 슬픔의 날을 맞이하고야 말았던 것이다.

아내가 자신을 속였을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않았더라면 그는

비극적인 종말을 맞이하지 않았을 것이고 더 훌륭한 작품을 많이 남겼

을지도 모른다.

푸슈킨 詩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ㅡ첫 러시아어 원전 번역은 시인 백석

조선일보 어수웅 기자

입력 : 2012.12.16 23:25

청산학원 후배 고정훈씨 증언

국내에서도 애송시로 사랑받는 러시아 시인 푸슈킨(1799~1837)의 시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의 첫 러시아어 원전 번역은 시인 백석의 작품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시점은 최소 1949년 이전이다.

송준씨는 이달 말 출간 예정인 '백석 번역시 전집'(전 2권·흰당나귀·사진)에서 백석의 일본 청산학원 유학 시절 후배이자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이었던 고정훈(1920~1988)씨의 생전 증언을 토대로 이렇게 밝혔다. 분단 후 북한에서 펴낸 '뿌쉬낀 시집'(1949) '뿌슈낀 선집'(1955) 등의 번역자로서 백석이 푸슈킨 전문가임은 알려졌지만, 이 시의 번역 사실은 알려진 바 없었다. 백석이 번역한 두 권의 시집과 선집에 '삶이…'가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사연은 이렇다. 고씨는 청산학원 중학부 재학 시절 청산학원 대학부에 다니던 여덟 살 위 백석을 큰형처럼 따랐다고 한다. 광복 이후 백석은 고향이 있는 북에 남았다. 남을 선택했던 고씨는 6·25가 발발하면서 국군 장교로 참전했고 그해 10월 국군의 평양 수복 당시 백석과 해후했다고 했다. '형님 백석'의 안부가 궁금해 평양에 도착하자마자 제일 먼저 찾았다는 것이다. 이때 백석은 푸슈킨의 '삶이…'를 좋아해 러시아어로 수백 번 암송한 후에 우리 말로 번역했다고 말했다.

또 1949년 출간된 '뿌쉬낀 시집'에도 넣으려고 제출했지만, 공산정권의 검열로 빠졌다는 이야기도 했다. 삶의 근원적 슬픔과 허무를 노래하는 이 시의 미학이 정권의 이념과 맞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가 조치를 받은 것이다. 서정시를 쓰지 못하는 시대에 차선으로 번역을 선택했지만, 번역마저 이념의 눈치를 봐야 했던 공산주의 체제하 시인의 아이러니인 셈이다.

서울대 노문과 박종소 교수는 "일제 강점기 일본어 중역으로 이 시가 국내에 알려졌지만, 러시아어 원전으로 번역한 사람은 아직 알려진 바 없다"면서 "추후 자세한 검증이 필요하겠지만, 가능성 있는 일"이라고 했다. 푸슈킨 문학 전문가인 고려대 노문과 석영중 교수 역시 "개연성이 충분하다"고 했다. 국내에서는 1950년 2월 5일 출간된 '푸쉬킨 시집'(세종문화사·조영희 옮김)이 현존하는 최초의 번역시집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