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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에 팔리면 비참해진다/ 배영순(영남대 국사과교수)

素彬여옥 2013. 7. 2. 18:48

 

 

 

 

  ◆칭찬에 팔리면 비참해진다

 

 

 1
  칭찬의 미덕을 강조하지만 칭찬의 부작용만만치 않다.

 

 아주 흔한 경우인데,

  부모나 교사들이 아이들의 자신감을 길러주기 위해서,

  또 나은 행동을 유발하기 위해서 칭찬을 방편으로 쓰는 경우들이 많다

.

이를테면 별로 착한 일을 한 것도 아닌데

‘ 너 정말 착하다’고 하거나

  또 전혀 대단할 것이 없는데

 ‘너 대단하다’,‘최고다’라고 하면서 아이들을 부추기는 것이다.

 

물론 이런 칭찬이 자극이 될 수 있고

  일시적으로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칭찬이 엄정하지 못하면,

 그래서 아이들이 ‘대단하다’,‘최고다’는 칭찬에 중독되면,

 대단치 않은 자신을 대단한 것으로 과대평가하게 되고

 

자기도취 빠지게 된다.

 달리 말하면 자기객관화에 미숙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런 아이들은 커서도 상당한 문제를 안게 된다.

  예컨대

  학교 다닐 때 칭찬을 많이 들은 아이들은

  세상 나와서도 자기 밖에 모른다.

 

자기가 잘 난 줄 알고

‘ 넓고 넓은 세상에’ 잘 난 놈이 얼마나 많은 줄을 모른다,

  결국 사회관계나 인간관계에서 스스로 고립을 자초하고

  결국 제 풀에 무너진다.

 

그리고 엄정하지 못한 칭찬은

  아이들의 행동준거를 무너트릴 수 있다.

  별로 착할 것도 없는데 자꾸 ‘착하다’고 칭찬을 하면

  시비선약의 판단기준을 흐리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 점에서 우리는 칭찬에 엄정할 필요가 있다.

 의당 해야 할 바를 했다면

 칭찬이 필요한지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자신이 당연히 해야 할 바를 하는 한다는 것은

 칭찬과 상관없이 스스로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당연히 해야할 것을 했는데도

 칭찬을 해버리면 아이들의 판단과 행동준거가 무너진다.

 

스스로의 판단기준은 없고

 부모의 칭찬에 따라 춤추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부모의 칭찬에 춤추면

 아이들은 자주적 행동준거를 상실하고 줏대 없는 인간으로 될 수도 있다.

 우리가 ‘자신감’의 중요성강조하고

 그래서 칭찬의 효과를 강조하지만,

 자신감이란 것은 어디에 근거해야 하는 것일까?

 

자기 행동준거에 대한 자신감이 진짜 자신감일 것이다.

 할 것은 하고 하지 말 것은 하지 않는 것,

 그에 대한 자기 확신이 진짜 자신감이다.

 

그렇지 않고 칭찬을 들어야 자신감을 갖을 수 있다면,

 이것은 사실은

 자신에 대한 끝없는 불안과 불신을 끌어안고 살아야 한다.

 언제까지나 남의 눈치를 보고 칭찬에 목말라하면서 살아야 한다,




 2.
 우리 인생살이에서도

 칭찬에 팔리지 말아야 한다.

 

순수한 칭찬이야 좋은 것이지만

 보통의 사회생활에서 칭찬이란 것은

 사람을 지배하고 조종하는 ‘기법’으로서 자주 활용되기 때문이다.


 가령 교사들이 아이들을 칭찬하면,

 칭찬에 대한 갈증이 심한 아이들은

 칭찬을 받기 위해서 더욱 교사들을 더욱 의식하고 잘 보일려고 한다.

 

선생님이 나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에 신경을 곤두세운다.

 선생님에게 잘 보이려고 서로 경쟁하게 된다.

 

그렇게 경쟁하게 만들면서

 교사는 아이들을 더 잘 통제하고 장악하게 된다.

 

그러니까 교사의 칭찬은

 아이들에 대한 지배력과 장악력을 관철시키는 수단으로서

 활용되기도 하는 것이다.

 직장에서도 그렇다.

 가령 회사 사장으로부터

‘자네 요즘 쓸만해’라는 소리를 들으면 그 사람은 단박에 붕 뜬다.

 

직장 상사들이 칭찬을 할 때는 더욱 열심히 부려먹기 위해서,

 충성경쟁을 유발시키는

 전략적 의도를 갖고 있다는 것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잘 볼 필요가 있다.

 정말 신뢰하는 사람,

 충복이나 측근에 대해서는 칭찬하지 않는다.

 

칭찬할 필요가 없다.

 칭찬하지 않아도 자기를 따를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신뢰가 없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칭찬을 미끼로 써먹는다.

 칭찬을 해주어야 믿고 따라올 것이라는 계산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칭찬에 팔리지 않아야 한다.

  부려먹을 가치가 있을 때는 칭찬하지만

  그런 가치가 없어지면 칭찬이 끝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칭찬에 춤추면

  내심 그 자를 더욱 가볍게 본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 말 몇 마디에 사람을 갖고 놀 수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칭찬할 때는

 정말 신뢰해서가 아니라는 것도 알아야 한다.

 신뢰를 주는 것처럼 할 뿐이라는 것도 알아야 한다.

 

자기가 알아서 잘 하는 사람에게는 칭찬이 필요 없다.

 칭찬이 없어도 일을 할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칭찬에 조심해야 한다.

 

칭찬에 팔리지 말아야 한다.

 칭찬에 팔리면 그 자는 그야말로 인생하수(下手)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도 있다.

 고래는 춤을 추지만

 사람이 춤추면 안된다.


 <명심보감>에 이런 구절이 있다.
‘ 도오선자가 시오사(道吾善者是吾賊),
  도오악자가 시오사(道吾惡者是吾師)’라고 하고 있다. 
 

나를 좋게 이야기하고 내가 잘한다고 칭찬하는 자,

  그 자가 바로 도적이라는 것이다

.

  나의 단점과 약점을 말하는 자,

  나의 잘못을 환기하고 충고해주는 자,

  그자야 말로 나의 스승이라는 것이다.

  칭찬에 팔리지 말라는 이야기이다. 

   배영순(영남대 국사과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