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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비밀번호/용연사 가는 길 어느 못뚝에서..

素彬여옥 2013. 8. 21. 08:28

 

 
 

둘째 며느리 집에 갔다가

나는 가슴 따뜻한 며느리의 마음을 느꼈다.

아파트 현관 비밀번호가 우리 집하고 같았기 때문이다.

내가 사는 아파트 뒷동에 사는 큰 아들네도

우리 집하고 비밀번호를 똑같이 해놓았다.


엄마가 오더라도 언제라도 자유롭게 문을 열라는 뜻이었다.

지금은 워낙 비밀번호 외울게 많아 헤맬 수 있기 때문이리라.

그 이야기를 듣고 기분이 참 좋았는데

작은 아들네도 같은 번호를 쓰는지는 몰랐었다.

 

그런데...

그 사소한 것이 나를 왜 그렇게 마음 든든하게 만들었을까?

언제 내가 가더라도 마음 놓고 문을 열 수 있게 해놓은 것.

그 마음이 어느 것보다도 기분 좋게 했다.

우스개 말로 요즘 아파트 이름이 어려운 영어로 돼 있는 게

시어머니가 못 찾아오게?

그렇다는 말이 있다.


설마 그러랴 만은 아주 헛말은 아닌 듯한 생각도 든다.

결혼 한 아들네 집에 가는 일.

김치를 담가서도

그냥 경비실에 맡겨두고 오는 것이 현명한 시어머니라는 말은

누가 만든 말일까?


그런데

엄마가 올 때 그저 자연스럽게

엄마 사는 문을 열고 들어오는 것처럼

그렇게 오라고 만든 두 아들네 집 비밀번호

그것만 생각하면 가지 않아도 든든하고 편하다.


그건 아들의 마음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두 며느리의 배려가 아니었을까?

 

                                                     소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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