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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머리와 생선의 머리

素彬여옥 2013. 11. 30. 10:00

 


옛날 인도에 아소카왕이라는 임금이 있었습니다.
이 임금은 평소에 독실한 불교신자로서 스님들을
항상 공경하였습니다.

그래서 길에서 스님들을 만나면
땅바닥에 엎드려 스님들께 예배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왕의 심복부하 한 사람이

이런 일을 대단히 못마땅하게 생각한 나머지,

어느 날 조용히 임금과 단둘이 있게 되자,

그 일에 대해서 말했습니다.

“폐하! 폐하께서는 이 나라의 왕)이십니다.
모든 사람들을 다스리는 지위에 있으신 분입니다.
그런데 매번 길에서 수행자들에게 예배하심은 옳지 않습니다.

앞으로 그 일은 그만 두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렇게 말하자 아쇼카 임금은 잠자코 듣기만 하였습니다.
며칠 후 임금은 신하들에게 이상한 명령을 내렸습니다.

모두들 시장에 가서 생선의 머리든, 소, 돼지 등 짐승의 머리든
그 머리를 한 개씩 사오라는 것이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신하들은 임금이 명령하는 대로 시장에 나가서
머리를 사왔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 그 심복부하에게는

아무것도 시키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이 다 나가고 조용할 때 임금은 그 심복부하에게,
“너는 나의 심복이니 중요한 일을 시키리라.
너는 밖으로 나가서 사람의 머리를 사오너라.”

이렇게 시키자 그 심복은 즉시 나가서

사람의 머리를 가져왔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임금은 신하들에게 또 다른 명령을 내렸습니다.

이번엔 어제 사온 머리들을 가지고 나가

다시 팔아 돈으로 가지고 오라는 것입니다.

만약에 그것을 팔아오지 못하는 자가 있을 때는 왕명을
거역한 죄로 사형에 처하겠다는 엄명을 내렸습니다.


신하들은 재주껏 그 머리들을 팔아가지고 왔습니다.
그런데 심복부하는 사람의 머리를 들고 시중에 나가서 팔려고
하다가 미친놈이라고 망신만 당하였습니다.


심복부하는 결국 그것을 팔지 못하고 망신만 실컷
당하고 저녁에야 임금 앞에 돌아와 무릎을 꿇고
“죽여주십시오!” 하였습니다.

그러자 임금님은,
“그래, 사람 머리는 팔아 왔느냐?”
“팔지 못했나이다.”
“왜 팔지 못했느냐?”
“사가지 않습니다.”
“왜 사가지 않더냐?”
“쓸모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임금인 나의 목을 자른 머리는 사가겠더냐?”
“대왕마마!

황공하오나 대왕의 머리라도 사가지 않을 것입니다.
결국 쓸모가 없기 때문입니다.”
임금은 그 심복에게 정중히 말했습니다.
“그것 보아라.
사람의 머리는 실로 하찮은 것이다.

그런데 이 하찮은 머리를 가지고

숭고한 진리를 얻기 위하여 정진하는 수행자들에게
길에서 예배하는 것이 무엇이 그리 나쁘다는 말이냐?”

-용바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