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모음/운문-詩,시조

눈이 내리는 날 생각나는 글

素彬여옥 2013. 12. 13. 23:24

 

 

 

 

간밤에 서울에 첫눈이 소복하게 쌓여 겨울이 왔음을 실감하게 된다.
오늘은 오후가 되면서 눈빨이 굵어지면서 조용히 내린다.

누구나 눈을 보면 남다른 감회가 있겠지만  나에겐 어릴때
외삼촌에게 배운 推句의 한줄 글이 늘 떠오른다.

 

Episode #1

 세조실록을 편찬할때 간여한 채수(蔡壽)는
그의 손자 무일(無逸)과 주고 받은 대구(對句)로
"흰 눈위에 새겨진 강아지 발자국은 매화꽃잎이 떨어진것에
닭의 발자국이 찍힌것은 대나무 잎이 피어나는 것에 비유하는"
아래의 두행을 남겼었는데
선각자들이 앞의 두행을 더 넣어 편안하고 부드럽게 만들었다

 

昨夜初雪薄(작야초설박)  지난밤에 첫눈이 엷게 내리니

今朝後庭素(금조후정소)  오늘아침 뒤뜰이 하얗게 되었네

狗走梅花落(구주매화락)  개가 달려가니 매화꽃이 떨어지고

鷄行竹葉成(계행죽엽성)  닭이 걸어가니 대닢이 생기는 구나

 

Episode#2

백범 김구선생이 평생 좌우명으로 삼았던

청허 휴정(淸虛 休靜) 서산 대사(西山 大師)(1520-1604)의 눈을 밟으며(踏雪)는

인천 백범광장의 돌에 새겨놓고 오가는 이들에게 무언의 가르침을 내린다. 

 

 

 

踏雪

踏雪野中去(답설야중거)  눈을 밟으며 들판을 걸을때는

不須胡亂行(불수호란행)  모름지기 걸음걸이를 어지럽게 하지말라

今日我行跡(금일아행적)  오늘 내가 남겨놓은 이 발자취는

遂作後人程(수작후인정)  마침내 뒷 사람들의 이정표가 되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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