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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그라미/ 민병도

素彬여옥 2014. 3. 6. 09:16

 

 









동그라미/ 민병도 

 


사는 일 힘겨울 땐

동그라미를 그려보자

아직은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이 있어

비워서 저를 채우는 빈 들을 만날 것이다


못다 부른 노래도,

끓는 피도 재워야하리

물소리에 길을 묻고

지는 꽃에 때를 물어

마침내 처음 그 자리

홀로 돌아오는 길


세상은 안과 밖으로 제 몸을 나누지만

먼 길을 돌아올수록 넓어지는 영토여,

사는 일 힘에 부치면

낯선 길을 떠나보자

 

- 시집『내 안의 빈집』(목언예원,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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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는 일에 힘들어하는 친구를 보면 둥글둥글하게 살라는 조언을 흔히 한다.

요즘은 ‘인생, 그 뭐 있어’라는 말도 자주 듣는다.

하지만 이 말은 과욕을 버리고 자족하면서 살자는 뜻이라기보다는

왠지 적당히 눈 감고 대충 즐기면서 살자는 뉘앙스가 더 짙게 풍긴다

그런 친구에게 힘들 때 동그라미를 그려보라면 ‘놀고 있네’ 할지도 모르겠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이 있어,

비워서 저를 채우는 빈 들을 만날 것’이라

동그라미를 그려보자  

공동체 사회에서 요구되는 인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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