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모음/운문-詩,시조

커피 / 오세영 /-Beautiful dream-

素彬여옥 2014. 11. 10. 08:09




 


    커피 / 오세영 사랑한다고 쓸까, 미워한다고 쓸까, 채울 말이 없는 빈 원고지 앞에서 바르르 떠는 펜, 바르르 떠는 손으로 한 잔의 커피를 든다. 달지도 않다. 쓰지도 않다. 단맛과 쓴맛이 한가지로 어우러내는 그 향기, 커피는 설탕을 적당히 쳐야만 제 맛이다. 블랙 커피는 싫다. 커피 잔에 녹아드는 설탕처럼 이성의 그릇에 녹아드는 감성, 그 원고지의 빈 칸 앞에서 밤에 홀로 커피를 드는 것은 나를 바라다보는 일이다.
     
    -Beautiful dre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