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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 뺐습니다...

素彬여옥 2013. 7. 10. 09:54



 

 

 

점 뺐습니다...

  

   

 

   

 

 

 

 

 

  어제는 얼굴에 점을 뺐습니다. 조금 큰 점도 두 개나 되고, 얼굴에 은근히 점이 많았거든요. 오래 전부터 아내는 그것이 마음에 걸렸던지 점 좀 빼자고 노래를 불렀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다 늙어서 무슨...”하며 손사래를 쳐왔습니다.

 

그러다가 어제, 아내는 기어이 제 손을 이끌고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잠깐이면 된다고 하기에 못이긴 척 따라갔습니다. 사실은 요즘 사진을 찍을 때마다 도드라지게 보이는 얼굴의 점이 은근히 신경 쓰거든요.

 

병원에 들어섰습니다. 그런데 대기실에 왠 남자들이 그렇게도 많습니까. 여자들보다 남자들이 더 많았습니다. 간호사에게 이유를 물어보니 요즘은 남자들 비율이 부쩍 늘었다고 합니다. 외모 앞에서는 남녀 구분이 없나 봅니다.

 

진료실로 들어갔습니다. 간호사가 내 얼굴을 위 아래로 찬찬히 훑어봅니다. 아내 아닌 여인이 그렇게 가까이서 제 얼굴을 빤히 바라본 적은 없었습니다. “잘 생겼지요?”하고 농담을 건넸습니다. 간호사는 피식 웃더니 “빼야할 점이 많네요?” 합니다.

 

제 생각에는 안 빼도 될 것 같은 점도 간호사 눈에는 모두 빼야할 점으로 보였나 봅니다. 간호사는 제 얼굴에 마취 연고를 발랐습니다. 그리고 한 20분 정도 지나니 수술용 장갑을 낀 의사 선생님께서 레이저로 얼굴의 점을 빼기 시작했습니다.

 

얼굴에는 연신 “지지직” 소리가 났습니다. 살타는 냄새도 났습니다. 마취를 했다고 하는데 ‘따끔따끔’ 얼마나 아프던지요. 의사는 “움직이지 마세요.” “눈 뜨지 마세요.” 하는 말을 연발했습니다.

 

그렇게 눈물을 찔끔거리면서 생각했습니다. 하찮은 점 몇 개 빼면서도 이렇게 눈물이 나는데, 괜한 턱을 깎고 광대뼈를 깎는 성형수술을 하는 여인들은 얼마나 아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제 얼굴은 군데군데가 까맣습니다. 점을 판 자욱이 까맣게 나타난 것입니다. 아마 며칠 동안은 대외 활동을 조금 자제해야 할 것 같습니다. 분명 “얼굴 왜 그래요?”하는 물음을 던져올테니 말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잘 생긴 얼굴인데 얼굴에 점까지 뺐으니 큰일 났습니다. 죄송합니다. 농담입니다. 오래전에 한 번 써먹은 유머인데 오늘 한 번 더 써먹겠습니다. 최근에 저의 메일을 받아보는 손님들이 부쩍 많이 늘었기 때문입니다.

 

옛날에 4.5와 5가 있었습니다. 5는 4.5를 이유 없이 못살게 굴었습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자신이 0.5가 적은 숫자여서 4.5는 찍소리도 못하고 5에게 죽어지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5가 4.5에게 커피를 타오라고 명령을 내렸습니다. 평소 같았으면 쪼르르 달려가서 커피를 타왔을 4.5가 빳빳하게 서서 5에게 말했습니다.

 

“니가 타 먹어!!!”

 

순간 주위에 있던 1, 2, 3 숫자들이 긴장했습니다. 난폭한 5가 어떻게 나올지 몰랐기 때문입니다. 불안을 느낀 2와 3이 얼른 나서서 4.5를 말렸습니다.

 

“야~~~ 너 왜 그래?”

 

그러자 4.5가 목에 힘을 잔뜩 주고 당당하게 말했습니다.

 

“임마~!! 나 점 뺐어!”

 

저도 점 뺐습니다. ㅋㅋ

    

 

 

 

 

      

 

 

    

 1896년에 영국의 맥스 비어봄이란 작가가 발표한 ‘행복한 위선자’라는 장편 우화가 있습니다. 그 우화의 주인공인 ‘조지 헬’은 평소에 아주 무례한 사람이었고, 수많은 악행을 저지르면서 얼굴까지 아주 흉하게 변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조지 헬’은 어느 아름다운 처녀를 보고 그만 사랑에 빠졌습니다. 그는 그녀와 결혼을 원했지만 아름답고 순결한 그녀가 자기처럼 흉측한 사람과 결혼을 할 리가 없었습니다.

 

그 사실을 안 ‘조지 헬’은 자신의 험상궂은 얼굴을 감추기 위해 착한 성자의 가면을 썼습니다. 그 가면 덕분에 조지 헬은 마침내 그녀와 결혼에 성공할 수 있었고, 결혼 후에도 헬은 감사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아내를 사랑했습니다.

 

그리고 몇 년이 흘렀습니다. 그런데 과거에 헬과 사귀었던 여자가 그 상황을 눈치 챘습니다. 그 여자는 헬의 가면을 벗기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어느 날, 헬이 아내와 함께 있을 때 그 여자는 헬 앞에 나타나 말했습니다.

 

“이제 위선의 가면을 벗으라.”

 

헬은 사랑하는 아내 앞에서 자신의 흉측한 얼굴이 나타날까봐 두려움에 떨었습니다. 그리고 떨리는 손으로 가면을 벗었습니다. 그런데 성자의 가면 뒤에 있던 헬의 얼굴은 더 이상 흉측한 죄인의 얼굴이 아니라 진짜 성자의 얼굴로 변해있었습니다.

 

아무리 흉측한 사람도 성자의 가면을 쓰고 사랑을 하면서 살면 얼굴이 성자처럼 변한다는 가르침입니다.

 

저도 아름답기 위해서 얼굴에 점을 뺐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이 아름답고 예쁜 얼굴을 만들기 위해 성형을 생각하고, 실제로 성형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외적인 모습보다 중요한 것이 내면의 아름다움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람은 대개 두 종류의 거울을 들여다보면서 인생을 살아갑니다. 하나는 자신의 외모를 비추어 볼 수 있는 마음 밖의 거울이고, 하나는 자신의 내면을 비추어 볼 수 있는 마음 안의 거울입니다.

 

저는, 그리고 님은 어느 쪽 거울을 더 많이 들여다보면서 살아가고 있는지요. 혹시 날마다 거울을 보면서 외모만 바라보고 계시는 것은 아니시지요?

 

남자들은 대개 여자의 외모에 까빡 죽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외모가 아름다운 여자는 모두에게 축복입니다. 그러나 외모는 아름다운데 성격이 못돼 먹은 여자는 모두에게 재앙이라는 사실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여자뿐만 아니라 남자도 마찬가지겠지요.

고운 하루되십시오.
사랑합니다.

 

동부매일 대표
박 완 규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