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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오면 마음이 비어
빈 마음을 채우려
어디론가 자꾸 떠나고 싶어진다.
빈 마음에 바람이 든다.
잠잠하던 마음이
자꾸만,
무거운 몸뚱이를 밖으로
떠밀어낸다.
여행은 인간에게
잃어버린 자아(自我)를 되돌려준다.
가을은 마음이
사색(思索)을 찾아가는 계절
완행열차를 타고
훌쩍,
어디론가 가고 싶어진다.
멀리 차창 밖으로
불타는 단풍도 아름답고
때로는,
죽음을 생각하게 만드는
야산(野山)의 무덤도 만나고 싶어진다.
밤이오면
그 무덤가엔 언제나
잿빗 은여우가 달을 보며
울고 있겠지..
아우
아우..
온 산이 단풍으로 물들고
낙엽이 하나씩 떨어지기 시작하는 이맘 때면
멀리 떠나고 싶어진다.
너무나 바쁜 삶에
시 한 편 읽을 여유가 없던 사람들도
어딘가로 문득,
빈손으로 떠나고 싶어진다.
가을날 한 번쯤
일탈(逸脫)을 꿈꾸어보지 않은 이가 있을까.
가을에는
모든 것 다 내려놓고
빈 마음으로 떠나고 싶어진다.
세파(世波)에 부대끼는
내 작은 존재(存在)가 가까운 이들에게
혹은..
사랑한다고 믿던 사람마저
두렵고 낯설어질 때,
한순간에 다 내려놓고
빈 몸으로 떠나고 싶어라.
가을에는 더 이상
미워하고 싶지 않아라.
한때 미워했던 사람도
용서하고 싶어라.
오늘은
텅 비어..
먼 산 같은 사람에게
기대고만 싶어진다.
가을날,
풀벌레 소리 가득 메운 언덕마다
하얀 코스모스 마알간 네 얼굴 그리워
가을은 그리 서둘렀구나.
가을바람이
하얀 들꽃 한번 안아보고
멀리 떠나고 있다.
그냥,
떠나고 싶어라.
- 사맛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