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모음/운문-詩,시조

비목의 사연과 6월의 시를 음미하며 벌써 한 해 반으로 접어드는 이 느낌을^^/베스트 가곡

素彬여옥 2019. 6. 5. 07:53

비목(碑木) - 한명희詩 장일남曲


초연이 쓸고간 깊은계곡
깊은계곡 양지녘에

비바람 긴세월로 이름모를
이름모를 비목이여

먼고향 초동친구 두곤 하늘가
그리워 마디마디 이끼되어 맺혔네

궁노루 산울림 달빛타고
달빛타고 흐르는 밤

홀로 선 적막감에 울어지친
울어지친 비목이여

그 옛날 천진스런 추억은 애달퍼
서러움 알알이 돌이 되어 쌓였네


비목에 얽힌 사연

 

가사를 음미하며 이 노래를 들으면 당시 전쟁터의 모습이 그려진다. ‘초연(硝煙 화약연기)이 쓸고 간 깊은 계곡’으로 시작되는 1절은,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깊은 계곡, 그 화약연기 가득했을 격전지의 양지바른 곳에 쓰러진 채 남아있는,
 
오래되어 이름도 알 수 없는 목비(木碑) 즉 나무 비’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가 전쟁영화에서 흔히 보는 전사자의 철모를 얹어 놓은 십자 모양의 나무 비를 말하는 것이다.
 
순찰 중 발견한 한 용사의 무덤
이 노랫말을 쓴 한명희(1939~ ) 선생은 1964년 ROTC 소위로 임관해 강원도 백암산 인근 최전방에서 초소장(GP장)을 하고 있었다. 어느 날 순찰 중 희미한 흔적의 돌무지를 하나 발견했다.
 
전쟁 때 전사한 한 용사의 간이 무덤 같았다. 근처엔 목비인 듯한 나무토막도 쓰러져 있었다. 전투의 와중에서 전사자를 급히 묻고 퇴각하는 일은 다반사였을 것이다.
 
한명희 소위가 근무하던 강원도 백암산 지역은 6.25 전쟁 당시 전략의 요충이었다. 화천발전소가 가깝게 있어 전략적으로도 중요했고, 종전회담에 조금이라도 유리한 입장을 취하기 위해 전쟁 막바지까지 남북 쌍방간에 치열한 전투가 계속됐던 곳이다.
 
피아간에 수만 명이 목숨을 잃은 격전의 현장이었다. 한 소위는 이 돌무덤을 보면서 ‘자신처럼 꽃다운 20대 청춘들이 영문도 모른 채 이름 모를 산야에 백골이 되어 누워있구나’하는 생각에 깊은 연민이 느껴졌다.
 
이런 감정은 제대를 하고도 한동안 잊혀지지 않았다. 한 소위는 1966년 봄 제대를 하고 이해 12월 TBC 동양방송에 피디(PD)로 입사해 음악부에서 일을 했다.
 
음악부로 발령을 받은 것은 그가 서울음대 국악과 출신이었기 때문이다. 한 피디는 대학서 국악이론을 전공했다. 그는 본래부터 클래식과 가곡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 가곡 보급운동을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침내 1967,8년쯤, 처음에는 20분짜리 주간 가곡 프로그램을 맡았다가, 다시 일일 가곡프로그램을 만들어 매일 15분씩 진행했는데, 노래가 충분하지 않았다. 그래서 가끔 창작가곡을 만들어서 발표하기도 했다.
 
어느 날 장일남씨가 한명희 피디에게 가사를 한 편 부탁했다. 한 피디는 “내가 시인도 아닌데 어떻게 노랫말을 짓느냐”며 사양했다. 그런데도 계속 작사를 권유해왔다. 한 피디는 마침내 한번 해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한 피디는 서양음악에 있는 송 폼 (song form)이라는 가곡 형식의 틀에 맞춰 가사를 만들어 보았다. 이때 잊지 않고 있던 과거 군대생활의 경험과 감상을 떠올렸다.
 
초연이 자욱했을 백암산 계곡, 오래된 목비, 그 지역에 많이 서식하던 궁노루(사향노루), 궁노루의 울음소리, 금성천을 굽어보는 백암산 일대에 번성하던 하얀 산목련… 등이 기억 속에 되살아났다.
 
언젠가 부대원들이 궁노루 숫놈을 잡아왔는데 사향냄새가 진동을 했다. 그런데 며칠 동안 암놈이 부대주변을 맴돌며 애처롭게 울었다. 이 노래 2절의 가사인 ‘궁노루 산울림 달빛타고, 달빛타고 흐르는 밤’은 바로 그 이야기다.
 
깊은 밤, 순찰을 돌다가 짙은 향기에 고개를 들어보면 순백의 산목련이 치 소복한 여인처럼 은은한 달빛 속에 유령처럼 서 있곤 했다. 그 장면도 생생하게 떠올랐다.
 
한명희 피디는 두 개의 노래말을 만들었다. 하나는 전장에서 산화한 젊은 병사를 기리는 <비목>이요, 하나는 그 젊은 병사의 무덤을 지키는 연인을 비유한 <산목련>이다.
 
즉 <비목>은 남자의 입장에서 <산목련>은 여인의 입장에서 썼다. 이렇게 두 개의 가사를 만들어 비목은 장일남씨에게 산목련은 작곡가 권영순씨에게 주었다.
 
‘산목련’은 ‘파도소리가 서러워서 산에 핀 목련이여…’ 이렇게 시작한다. 테너 안형일과 팽재유가 불렀는데 그후 방송 테잎이 지워지는 바람에 가사도 곡도 모두 잃어버렸다. 미국에 이민간 작곡자 권영순씨도 보관하고 있지 않았다.
 
한편, 이리저리 궁리해서 만들긴 했지만 장일남씨에게 가사를 넘기면서도 도무지 자신이 없었다. 특히 <비목> 2절 가사 중에 ‘적막감’이란 단어가 영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장일남씨에게 한일무(韓一無)라는 가명을 썼으니 절대로 본명을 밝히지 말아달라고 다짐을 받고 가사를 넘겼다. 그래서 한일무 작사 장일남 작곡 <비목>이란 작품이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한다.
 

 


테너 엄정행




6월의 달력 /  목필균 

  
한 해 허리가 접힌다.
계절의 반도 접힌다.
중년의 반도 
접힌다.
마음도 굵게 접힌다. 

동행 길에도 접히는 마음이 있는 걸,
헤어짐의 길목마다 피어나던 하얀 꽃.
따가운 햇살이 등에 꽂힌다.





6월의 숲에는   /   이해인

 

초록의 희망을 이고

숲으로 들어가면

 

뻐꾹새

새 모습은 아니 보이고

노래 먼저 들려오네

 

아카시아꽃

꽃 모습은 아니 보이고

향기 먼저 날아오네

 

나의 사랑도 그렇게

모습은 아니 보이고

먼저 와서

나를 기다리네

 

눈부신 초록의

노래처럼

향기처럼

나도

새로이 태어나네

 

6월의 숲에 서면

더 멀리 나를 보내기 위해

더 가까이 나를 부르는 당신



6월  /  김용택

하루종일 
당신 생각으로 
6월의 나뭇잎에 바람이 불고 
하루 해가 갑니다 
불쑥불쑥 솟아나는 
그대 보고 싶은 마음을 
주저앉힐 수가 없습니다 
창가에 턱을 괴고 
오래오래 어딘가를 보고 
있곤 합니다 
느닷없이 그런 나를 발견하고는 
그것이 
당신 생각이었음을 압니다 
하루종일 
당신 생각으로 
6월의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고 
해가 갑니다

6월의 꿈  /  임영준

​앙 
깨물어볼까 
퐁당 
빠져버릴까 

초록 주단 
넘실대고 
싱그러운 추억 
깔깔거리는데 

훨훨 
날아보아도 될까




6월의 장미  /  이해인

하늘은 고요하고 땅은 향기롭고 
마음은 뜨겁다 
6월의 장미가 내게 말을 건네옵니다 
사소한 일로 우울할 적마다 
"밝아져라" 
"맑아져라" 
웃음을 재촉하는 장미 
삶의 길에서 가장 가까운 이들이 
사랑의 이름으로 
무심히 찌르는 가시를 
다시 가시로 찌르지 말아야 
부드러운 꽃잎을 피워낼 수 있다고 

누구를 한 번씩 용서할 적마다 
싱싱한 잎사귀가 돋아난다고 
6월의 넝쿨장미들이 해 아래 나를 따라오며 
자꾸만 말을 건네옵니다 
사랑하는 이여 
이 아름다운 장미의 계절에 
내가 눈물 속에 피워 낸 기쁨 한 송이 받으시고 
내내 행복하십시오 




6월에는 스스로 잊도록 하자

   (안톤 슈나크·독일 시인, 1892-1973)

시냇가에 앉아보자
될 수 있으면 너도밤나무 숲 가까이
앉아 보도록 하자

한 쪽 귀로는 여행길 떠나는
시냇물 소리에 귀기울이고
다른 쪽 귀로는 나무 우듬지의 잎사귀
살랑거리는 소리를 들어보자

그리고는 모든 걸 잊도록 해보자
우리 인간의 어리석음 질투 탐욕 자만심
결국에는 우리 자신마저도 사랑과 죽음조차도

포도주의 첫 한 모금을 마시기 전에
사랑스런 여름 구름 시냇물 숲과 언덕을 돌아보며
우리들의 건강을 축복하며 건배하자



6월의 나무에게   
(카프카 독일의 작가)

 
나무여, 나는 안다
그대가 묵묵히 한곳에 머물러 있어도
쉬지 않고 먼 길을 걸어왔음을

고단한 계절을 건너 와서
산들거리는 바람에 이마의 땀을 씻고
이제 발등 아래서 쉴 수 있는
그대도 어엿한 그늘을 갖게 되었다
산도 제 모습을 갖추고
둥지 틀고 나뭇가지를 나는 새들이며
습윤한 골짜기에서 들려오는
맑고 깨끗한 물소리는
종일토록 등줄기를 타고 오르며
저녁이 와도 별빛 머물다가
이파리마다 이슬을 내려놓으니
한창으로 푸름을 지켜 낸 청명은
아침이 오면 햇살 기다려
깃을 펴고 마중 길에 든다

나무여, 푸른 6월의 나무여


 유월의 산

(정연복)


산의 말없이
너른 품에 들어서서 
유월의 푸른 이파리들이
총총히 엮어 드리운 
그늘 진 오솔길을 따라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디면 
내 몸에도 흠뻑
파란 물이 든다 
각박한 세상살이에
옹졸해진 마음이 
풍선처럼 부풀어
어느새 쪽빛 하늘이 되고 
세상 근심은 솔솔
바람에 실려 아스라이 흩어진다

 

-이해인수녀님 詩로 이뿌게 편집도 많네요-



 

2015년 한국인이 좋아하는 우리 가곡 베스트 40곡 중 1위 ~ 15위

https://youtu.be/PQLVNYmLB2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