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모음/운문-詩,시조

빗님이 오시려나? 가을시를 음미해 보는 운무 내려앉은 아침에

素彬여옥 2019. 10. 18. 09:11

오페라 1945년을 어제저녁 대구오페라 하우스엘  다녀와서

작 정        

 유안진


모르며 살기로 했다.
시린 눈빛 하나로
흘러만 가는 가을 강처럼


사랑은 무엇이며
삶은
왜 사는 건지


물어서 얻은 해답이
무슨 쓸모 있었던가


모를 줄도 알며 사는
어리석음이여
기막힌 평안함이여


가을하늘빛 같은
시린 눈빛 하나로
무작정 무작정 살기로 했다.


오페라 1945년을 어제저녁 대구오페라 하우스엘  다녀와서

지푸라기

정호승

나는 길가에 버려져 있는 게 아니다

먼지를 일으켜 바람따라 떠 도는 게 아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당신을 오직 기다릴 뿐이다

내일도 슬퍼하고 오늘도 슬퍼하는

인생은 언제 어디서나 다시 시작할 수 없다고 

오늘이 인생 마지막이라고

길바닥에 주저앉아 우는 당신이 

지푸라기라도 잡고 다시 일어서길 기다릴 뿐이다

물과 바람과 맑은 햇살과 

새소리가 섞인 진흙이 되어 

허물어진 당신의 집을 다시 짓는

단단한 흙벽돌이 되길 바랄

바랄뿐이다


태풍 타파의 영향으로 비 바람치던 어제 2일날과 오늘 3일날의 신천주변정경의 느낌을^^

 


가을엔 맑은 인연이 그립다


            이외수    


가을엔 맑은 인연이 그립다

서늘한 기운에 옷깃을 여미며

고즈넉한 찻집에 앉아
화려 하지않은 코스모스처럼
풋풋한 가을향기가 어울리는
그런 사람이 그립다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차 한 잔을 마주하며
말없이 눈빚만 마주보아도
행복의 미소가 절로 샘솟는 사람

가을날 맑은 하늘빛처럼
그윽한 향기가
전해지는 사람이 그립다

찻잔 속에
향기가 녹아들어
그윽한 향기를 오래도록
느끼고 싶은 사람
가을엔 그런 사람이 그리워진다


산등성이의 은빛 억새처럼
초라하지않으면서 기품이있는

겉보다는 속이 아름다운 사람
가을에 억새처럼 출렁이는
은빛 향기를 가슴에 품어 보련다


  

                                                                             태풍 타파의 영향으로 비 바람치던 어제 2일날과 오늘 3일날의 신천주변정경의 느낌을^^


가을 노래/이해인


가을엔 물이 되고 싶어요

소리를 내면 비어 오는

사랑한다는 말을

흐르며 속삭이는 물이 되고 싶어요


가을엔 바람이고 싶어요

서걱이는 풀잎의 이마를 쓰다듬다

깔깔대는 꽃 웃음에 취해도 보는

연한 바람으로 살고 싶어요


가을엔 풀벌레이고 싶어요

별빛을 등에 업고

푸른 목청 뽑아 노래하는 

숨은 풀벌레로 살고 싶어요


가을엔 감이 되고 싶어요

가지 끝에 매달린 그리움 익혀

당신의 것으로 바쳐 드리는

불을 먹은 감이 되고 싶어요


가을로의 초대 약령다원에 초대를 받고

가을 편지// 안도현

 

한 잎 두 잎 나뭇잎이

낮은 곳으로

자꾸 내려앉습니다.

 

세상에 나누어 줄 것이

많다는 듯이

 

나도 그대에게

무엇을 좀 나눠주고 싶습니다

내가 가진 게 너무 없다할지라도

 

그대여

가을 저녁 한 때

낙엽이 지거든 물어보십시오.

 

사랑은 왜

낮은 곳에 있는지를.


뿌에리 깐또레스 창단 25주년 기념 감사음악회에 다녀와서


가을의 기도 / 김현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百合)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억새
 가을날/릴케

주여, 때가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위대하였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십시오. 
 들에다 많은 바람을 놓으십시오


       마지막 과실들을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의 햇볕을 주시어 
           그들을 완성시켜, 마지막 단맛이 

짙은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십시오.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이 후도 오래 고독하게 살아
        잠자지 않고, 읽고,

               그리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바람에 불려 나뭇잎이 날릴 때,

불안스럽게 
     이리저리 가로수 길을 헤맬 것입니다.

   

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Sop 김치경,Ten 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