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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천득-오월 外 그땐 왜 몰랐을까 - 정채봉/달팽이의 생각- 김원각

素彬여옥 2020. 5. 6. 20:16

 

 

 

정동진 바닷가 벤치에서      

 

오 월

피천득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믈 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

하얀 손 가락에 끼어 있는 비취 가락지다

오월은 앵두와 어린 딸기의 달이다

 

내 나이를 세어 무엇하리

나는 지금 오월 속에 있다

연한 녹색은 나날이 번져가고 있다

어느덧 짙어지고 말 것이다

머문 듯 가는 것이 세월인 것을

 

유월이 되면 원숙한 여인같이

그리고 태양은 정열을 퍼붓기 시작할 것이다

밝고 맑고 순결한 오월은 지금 가고 있다 

주남지의 봄빛

 

그땐 왜 몰랐을까    - 정채봉-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이었던 것을
그땐 왜 몰랐을까

기다리는 것만으로도
내 세상이었던 것을
그땐 왜 몰랐을까

절대 보낼 수 없다고
붙들었어야 했던 것을
그땐 왜 몰랐을까

남도의 봄빛 1- 청산도의 봄

 

 

달팽이의 생각

다 같이 출발했는데 우리 둘밖에 안 보여

뒤에 가던 달팽이가 그 말을 받아 말했다

걱정 마 그것들 모두

지구 안에 있을 거야

―김원각(1941~ )

 

봄빛이 가득한 대아수목원

 

나그네

 

      글/박목월

 

 

강나루 건너서

밀밭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 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 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멘델스존 무언가 중〈봄 노래〉Op.62,


Henk Lagendaal, pia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