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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김용택시인과 쉰살 즈음에/천상병시인을 그려보며/대구 스테디움에서

素彬여옥 2017. 11. 24. 09:40

'별빛 가득한 밤에' by 동물원


                              

별 빛

    김 용 택


당신 생각으로

당신이 내 마음에 가득차야

하늘에 별들이

저렿게 빛난다는 것을

당신 없는 지금

지금에야 알았습니다


                                                                                                  올가을 대구 스테디움의 낙엽


 

쉰살즈음에.../ 천 상 병

늙어 가는 것이 서러운게 아니라
아무 것도 한 것이 없는게 더 서럽다

내 나이 쉰살..
그 절반은 잠을 잤고
그 절반은 노동을 했으며
그 절반은 술을 마셨고
그 절반은 사랑을 했다

어느 밤...
뒤척이다 일어나
내 쉰살을 반추하며
거꾸로 세어 본다

쉰, 마흔아홉, 마흔여덟, 마흔일곱...
아직 절반도 못 세었는데
왠지 눈물이 난다



귀 천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왔더라고 말하리라…



외롭게 살다 외롭게 죽을

내 영혼의 빈 터에

새 날이 와,

 

새가 울고 꽃잎 필 때는

내가 죽는 날,

그 다음 날.


산다는 것과 아름다운 것과

사랑한다는 것과의 노래가

한창인 때에

나는 도랑과 나뭇가지에 앉은

한 마리 새.

 

정감에 그득찬 계절,

슬픔과 기쁨의 주일(週日),

알고 모르고 잊고 하는 사이에

새여 너는

낡은 목청을 뽑아라.


살아서좋은 일도 있었다고

나쁜 일도 있었다고

그렇게 우는 한 마리 새.

 

천상병

(심온(深溫), 千祥炳)
세월을 담담하게 돌아보고 인생을 받아들이는 달관과 관조의 태도를 형상화하고 있다.
시집 〈주막에서〉(1979),
〈천상병은 천상 시인이다〉(1984),
〈저승 가는 데도 여비가 든다면〉(1987),
〈귀천〉(1989),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나는 날...

 1971년 문우들의 주선으로 제1시집 『새』를 뒤늦게 발간하였다.

제5시집 『요놈 요놈 요이쁜 놈』(1991)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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