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진 바닷가 벤치에서
오 월
피천득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믈 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
하얀 손 가락에 끼어 있는 비취 가락지다
오월은 앵두와 어린 딸기의 달이다
내 나이를 세어 무엇하리
나는 지금 오월 속에 있다
연한 녹색은 나날이 번져가고 있다
어느덧 짙어지고 말 것이다
머문 듯 가는 것이 세월인 것을
유월이 되면 원숙한 여인같이
그리고 태양은 정열을 퍼붓기 시작할 것이다
밝고 맑고 순결한 오월은 지금 가고 있다
그땐 왜 몰랐을까 - 정채봉-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이었던 것을
그땐 왜 몰랐을까
기다리는 것만으로도
내 세상이었던 것을
그땐 왜 몰랐을까
절대 보낼 수 없다고
붙들었어야 했던 것을
그땐 왜 몰랐을까
달팽이의 생각
다 같이 출발했는데 우리 둘밖에 안 보여
뒤에 가던 달팽이가 그 말을 받아 말했다
걱정 마 그것들 모두
지구 안에 있을 거야
―김원각(1941~ )
나그네
글/박목월
강나루 건너서
밀밭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 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 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멘델스존 무언가 중〈봄 노래〉Op.62,
Henk Lagendaal, pia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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