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남선
종로二가 미도다방에 가면
鄭仁淑 여사가 햇살을 쓸어 모은다
어떤 햇살은 가지 끝에 걸려 있고
어떤 햇살은 서릿발에 앉아 있다
정여사의 치맛자락은
엷은 햇살도 알뜰히 쓸어 모은다
햇살은 햇살끼리 모여 앉아
도란도란 무슨 얘기를 나눈다
꽃 시절 나비 이야기도 하고
장마철에 꺽인 상처 이야기도 하고
익어가는 가을 열매 이야기도 하고
가버린 시간은 돌아오지 않아도
추억은 가슴에 훈장을 달아준다
종로二가 진골목 미도다방에 가면
가슴에 훈장을 단 노인들이
저마다 보따리를 풀어 놓고
차 한 잔 값의 추억을 판다
가끔 정 여사도 끼어들지만
그들은 그들끼리 주고받으면서
한 시대의 시간 벌이를 하고 있다
출처 : 박범철가곡아카데미
글쓴이 : 자인향(서정민) 원글보기
메모 :
'좋은글 모음 > 운문-詩,시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등불/채린 (0) | 2013.05.08 |
---|---|
[스크랩] 두메꽃 ㅡ최민순 신부 (0) | 2013.05.04 |
봄빛 강가에서/조재선 (0) | 2013.04.27 |
댓잎에 흔들리는 바람/윤정강 (0) | 2013.04.27 |
고운 심성/글.申潤浩 (0) | 2013.04.18 |